국내 로봇 산업, 예산 늘어도 생태계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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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에도 우리나라 로봇 산업 활성화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정부 육성 정책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이룰 수 있도록 대기업을 유인할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로봇 관련 예산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37% 증가한 것과 비슷한 추이지만 증감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구조다. 2009년 1171억원, 2010년 1162억원, 2011년 1633억원, 2012년 1468억원, 2013년 1633억원을 기록했다. 증감률로 보면 각각 -1%, 40%, -11%, 11%다.

예산은 늘었지만 시장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2012년 매출액 기준 시장 규모는 2조1327억원으로, 2009년 1조202억원에 비해 성장했지만 절대 금액으로는 아직 영세한 수준이다. 특히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시장 규모는 2조1400억에서 2조1300억으로 줄어드는 등 정체 상태에 빠졌다. 설비 투자는 2010년 1917억원에서 대폭 줄어 2012년 563억원을 기록했다.

이른바 ‘빅 플레이어’가 없는 시장 구조도 문제다. 2012년 기준 로봇 기업 368개 중 92.6%가 중소기업으로, 이 중 213개 회사는 매출 10억원 미만 소기업이다. 자금, 인력, 기술력 등이 부족하고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회사들만 가득 차 있는 셈이다.

이는 구글·소프트뱅크 등 대기업이 과감하게 시장을 열고 있는 외국과 대조를 이룬다. 지난 5일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 로봇 ‘페퍼’를 공개했을 때 로봇 연구자들은 기술보다 투자 전략에 더 주목했다.

30여년간 로봇을 연구해온 김문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프론티어지능로봇사업단장은 “기술 자체는 프랑스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를 들여온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페퍼 가격을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200만원선으로 맞췄다. 스마트폰처럼 약정 계약을 맺고 월 이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데이터 처리를 기계 내부가 아닌 클라우드 서버에서 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데이터가 쌓여 인공지능이 향상된다. 일단 로봇을 헐값에 풀어 이용자를 늘이면 성능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그 과실을 가장 먼저 누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투자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도 시장 활성화에는 소극적이다. 로봇 시장 규모 확대를 지원하는 데 2009년 85억원, 2010년 151억원, 2011년 502억원, 2012년 266억원, 2013년 195억원이 투입됐다. 기술 개발에 매년 1000억원 내외 금액이 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는 “결국 사는 사람이 있어야 기술도 발전한다”며 “모든 나라가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시장화에 나선 만큼 우리도 대응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로봇 관련 예산 및 시장 규모 추이(단위 : 억원)>


※ 로봇 관련 예산 및 시장 규모 추이(단위 : 억원)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