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리더 초대석]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에너지 대국, 신기술 확보가 해법"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대표 수식어다. 세계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업경쟁력은 값싼 에너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전력설비 용량은 1억㎾ 규모를 눈앞에 두었으며 전력 품질은 프랑스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너지 자급률 3%에 불과한 에너지 최빈국에서 이뤄낸 결과다. 에너지 최빈국을 에너지 강국으로 이끈 에너지 리더를 지면으로 초대했다.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에너지요금 현실화에 대한 철학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교수 시절부터 우리나라 에너지요금 현실화를 꾸준히 제기해왔던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의 기조는 정부 출연 에너지연구기관 수장이 되어서도 그대로였다.

“세계 에너지 시장은 거대환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우리도 싸게 사오고 잘 공급하는 패턴에서 새롭게 에너지 정책를 변화해야 합니다.”

손양훈 원장이 보는 우리의 에너지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에너지 보유 측면에서 우리는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적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는 손 원장의 진단은 오히려 냉정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냉정한 분석 때문에 손 원장은 국가 정책에 있어 에너지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 여유가 생긴 전력수급 덕분에 에너지 부족에 대한 사회적 위기감이 잠시나마 줄어든 상황. 그럼에도 손 원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유지해 오던 공급 위주 에너지 정책은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에너지가 비싼 시대가 온 지금 공급이 아닌 수요 부문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지금의 에너지 사용 패턴은 유가 20달러에 형성됐던 것들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에너지가 비싼 시대에서는 기존과는 다르게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손 원장은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해법을 신기술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신기술이 실제 시장에 적용되기 까지는 많은 장벽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스마트그리드, 에너지관리시스템, 가상발전소, 수요반응 등 에너지 분야에 다양한 기술이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에너지는 저렴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이들 기술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이 등장부터 기존 에너지 기술보다 경쟁력을 갖기는 힘들다. 이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 도입을 통한 편익이 소비자에게 체감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낮은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ESS 등 신기술을 도입한다 해도 경제적인 가치가 제공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진단이다.

먼저 에너지요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력시장 종사자는 수익을 내면 안 되고 손익 분기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이 신기술 투자를 늦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결국 가장 저렴한 에너지는 절약”이라며 “에너지를 계속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에너지를 복지차원의 관점으로만 해석하기에는 국내 상황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며 “에너지가 제값을 받고 고효율 신기술이 사회적 관심을 받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