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미래다]로봇, 창조경제 견인할 대표적 융합산업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이례적으로 특수 재활로봇을 활용한 시축이 눈길을 끌었다. 로봇은 이미 실생활과 산업에 들어와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 전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133억달러다. 10여년 뒤인 2025년이면 8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와 전자산업 등 제조용 로봇에서 서비스와 개인용 로봇으로 확대돼 시장 규모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퓨처로봇이 개발한 감성 상호작용 기술을 탑재한 도우미로봇 `퓨로(FURO)`
퓨처로봇이 개발한 감성 상호작용 기술을 탑재한 도우미로봇 `퓨로(FURO)`

로봇산업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EU, 일본, 중국 등은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 로봇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로봇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성장산업인 로봇산업의 현주소와 전망, 그리고 로봇산업 육성사업을 수행중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 보급사업 성과를 짚어본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수년째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표산업인 제조업이 고속 성장을 멈췄고 기업 실적도 예전 같지 않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창조경제 산업엔진 13대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지만 그것도 녹록치 않다. 결국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로봇이다. 로봇산업은 타 산업을 견인할 대표 융합산업이기 때문이다.

◇로봇산업 육성, 국가 간 치열한 경쟁

급성장 중인 로봇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화성 탐사 로봇을 개발해 오는 2016년 초 발사할 계획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계기로 기획한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로보틱스 챌린지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조만간 확정할 국가성장전략에 로봇산업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최근 간병과 농업, 인프라 점검 및 재해 지원, 공장 노동을 로봇 4대 중점분야로 지정했다. 2012년 기준 7000억엔 수준이던 일본 로봇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쯤 3배가 넘는 2조4000억엔(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은 올해 안에 로봇혁명실현회의를 구성, 로봇 안전규격 개정 및 규제 완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중국은 최근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구매국으로 등장했다. 몇 년 전부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산업용 로봇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3만6560대의 산업용 로봇을 사들여 일본(2만6015대)마저 앞질렀다. 중국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5대 중 1대를 구매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로봇시장 규모가 매년 35%씩 증가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EU도 ‘호리즌(Horizon) 2020’의 로봇동반자(RoboCom) 프로젝트, 고령자 케어·독립생활 지원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Robot-Era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며 로봇산업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로봇 행보 가속

로봇을 겨냥한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미국 3위 통신회사인 스프린트를 인수, 글로벌 통신업계로 주목받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요즘 로봇사업에 꽂혔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아스라텍은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 OS와 유사한 방식으로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V-Sido’ 운영체제(OS)를 선보였다.

구글과 아마존, 폭스콘 등도 로봇시장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구글은 지난 1년 간 무려 10여개의 로봇관련업체를 인수했다. 아마존 역시 배송할 물건을 자동으로 찾아서 운송할 수 있는 로봇을 운영 중이다. 아마존은 조만간 무인배송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중국의 글로벌 기업 폭스콘도 향후 100만대의 로봇을 도입해 세계 최대의 로봇 생산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지원+기업투자로 고성장 예고

국내 로봇시장은 정부의 육성책에도 불구하고 성장은 더딘 편이다. 하지만 잠재력은 엄청나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인프라와 정부지원, 기업투자가 합쳐지면서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2년 2조1300여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제조용 로봇이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은 90%가 중소기업으로 전문화와 글로벌 경쟁체제가 필요한 중견기업은 부족하다. 다만 국내 로봇기업들의 R&D 경쟁력이 높아지고, 해외시장 진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제1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2009~2013년)이 마무리됨에 따라 제2차 지능형로봇기본계획(2014~2018년)을 수립 중이다. 1차 기본계획 마지막인 지난해 융합형 로봇제품개발, 시장창출형 범부처 로봇보급사업, 클러스터, 인력양성 등에 1600여원의 정부예산을 투입 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국내 로봇시장과 고용 규모는 2배가 늘었고 수출도 5배 이상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R&D투자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농업과 의료 등 융합형 로봇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로봇보급사업과 로봇상설체험관 운영으로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1차 기본계획이 신산업으로서 로봇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조만간 발표할 2차 기본계획에서는 비즈니스 모델과 일자리 및 시장 창출 등 로봇산업의 위상을 재설정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로봇업계 전문가들은 “2차 기본계획이 제대로 그림을 그리려면 사회안전과 의료복지, 삶의 질 향상 등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 개방형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