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옥석구분(玉石俱焚)

[프리즘]옥석구분(玉石俱焚)

옥석(玉石)은 옥과 돌이라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옥석을 가리다’라는 식의 표현이 일반적이다.

옥석구분(玉石俱焚)이라는 말도 있다. 말로 하면 ‘옥석을 구분(區分)한다’는 것과 발음이 같아 옥석을 가린다는 의미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 옥과 돌이 함께 탄다는 뜻이다. 곧 나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나 같이 재액(災厄)을 당함을 의미한다. 3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비슷한 말로 옥석혼효(玉石混淆)가 있다. 이 역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 좋고 나쁨을 구분하지 못할 때 쓰인다.

소프트웨어(SW) 산업계에 ‘옥석을 가리자’는 말이 자주 거론된다. 주로 공공기관에서 SW를 구매하는 과정에서다.

구매사업에서는 구매자가 같은 종류의 상용SW를 비교해 좋은 조건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제품의 우열을 가릴 장치가 사실상 없다. 제품을 비교하기 위한 SW기술평가가 다분히 형식적이다. 평가자는 제품을 직접 구동하거나 경쟁제품과 비교해보지 않는다. 설명을 듣고 제품 성능 평가표에 점수를 매긴다.

여기에서는 평가자가 평소 익숙하거나 시장에 잘 알려진 제품이 당연 유리하다. 반면에 혁신적 제품이지만 평가자 눈에 낯선 제품은 대부분 외면 받는다. 구매자가 제대로 옥석을 가릴 수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제품 성능테스트 과정을 제도적으로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바로 벤치마크테스트(BMT)다. 객관적 성능을 비교·평가해 구매자가 우수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는 우수 제품 공급업체가 성장하는 토대도 만들어 줄 수 있다.

난립해 출혈 경쟁하는 SW업계에도 옥석을 가려할 할 때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 영업과 인지도로 시장우위를 결정하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SW산업 자체가 ‘옥석구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