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삼성발 제조업 위기⑤]벼랑 끝 몰렸어도…기술 없이 성장 없다

[연속기획][삼성발 제조업 위기⑤]벼랑 끝 몰렸어도…기술 없이 성장 없다

벼랑 끝에 몰린 중소 제조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연구개발(R&D) 역량 약화다. 실적이 악화되니 R&D 투자를 늘리기는커녕 줄여야 할 지경이다. R&D 투자가 감소하면 차세대 성장 동력 준비가 소홀해지고 2~3년 뒤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한다. 시장 수요가 개선돼 용케 위기를 넘기더라도 경기가 나빠지면 또다시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꾸준한 R&D 투자를 통한 기술력 향상은 우리나라 제조업이 현 위기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필수 과제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려고 무턱대고 R&D 예산을 줄이는 것은 기업에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능한 수준에서 R&D 예산을 유지해 나가고, 현실적으로 유지가 어렵다면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R&D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산학 협력 시도도 대안이다. 박희재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장은 “중소기업이 모든 R&D 작업을 혼자서 수행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산학 협력을 확대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R&D 지원 사업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R&D 투자 규모는 양적인 면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투자 규모로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그럼에도 각 연구기관과 기업 사이에는 정부의 R&D 지원이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양적인 규모를 넘어 질적인 측면에서 정부 R&D 사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특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제조 기술 인프라 구축 노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힘들더라도 고난도의 과제에 지속적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행히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R&D 지원제도를 효율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오픈이노베이션과 기술-시장 연계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산업기술 R&D 제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중소 제조기업의 한 CEO는 “회사 실적이 나빠져도 R&D 투자는 유지한다는 원칙을 지키려 힘쓰지만 솔직히 쉽지 않다”며 “정부가 산학 협력이나 신성장 동력 발굴 등에 대한 지원을 보다 강화해주면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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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