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안 가전접근성 국제표준, 시험대(국제투표) 올랐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가전접근성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정부·업계에 따르면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술위원회(TC)159/분과위원회(SC)4 소속 회원사 25개국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이하 전자진흥회)가 국가기술표준원과 공동 제안한 가전접근성 국제표준 채택 여부를 놓고 투표에 돌입했다.

기간은 오는 9월 16일까지며 결과는 9월말 나온다. SC4는 사람과 시스템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인간공학 표준을 담당한다.

이번 투표는 국제표준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단계다. 투표는 ‘새로운 표준아이템(NP)’에 대한 투표와 도출된 표준안에 대한 투표 두 차례 진행한다. 통상 NP 투표 통과시 표준안도 무난히 통과된다.

NP 통과는 25개 회원국 가운데 5개국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동의는 단순 입장 표명만이 아닌 표준화작업 연구를 위한 워킹그룹10(소비재 접근성 설계) 산하 프로젝트팀에 자국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표준에 대한 충분한 필요성 인식과 자국 입장의 명확한 전달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전자진흥회는 국제표준 채택을 위해 주요국 설득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이들의 동의를 적극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곽재근 전자진흥회 기술표준센터 차장은 “5개국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하기 때문에 6~7개국을 전략적으로 접근해 설득한다는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투표회람 종료 직후인 9월말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국제표준화 작업 확정시 통상적으로 우리나라는 작업그룹의 리더를 맡는다. 국제표준 확정까지는 이후 2~3년 추가기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는 앞서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ISO TC 159총회에서 가전접근성 표준화 연구 활동을 발표했다. 올들어서도 3월 영국에서 열린 회의에서 워킹그룹 구성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가전접근성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확정될 경우 우리 가전업계의 해외시장 진출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일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 작업을 주도한 만큼 우리가 제안한 내용을 중심으로 표준 작업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 실정에 맞는 표준이 나올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도출되는 국제표준에 우리 기업의 선제적 대응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외 일부 국가에서 가전접근성 내용이 담긴 자체 기준을 시행하고 있지만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등 막연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표준 개발에는 삼성전자·LG전자·동부대우전자·동양매직·코웨이·쿠쿠전자·리홈쿠첸·엑스비젼테크놀로지·오쿠·마블덱스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 중이다.

한편 정부는 국제표준과 별도로 국가표준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예고고시에 들어갔으며 의견 수렴을 통해 확정한다. 접근성은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일반인과 동등하게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준이다. 국가표준은 수납·투입·보관·반출 등 제품 고유의 용도와 관련된 개폐장치가 장착된 모든 가전제품에 적용하며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