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탄소배출권거래시스템` 개발 착수...재계 우려 목소리는 여전

주식을 사고팔듯 탄소를 거래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출현이 임박한 가운데 재계가 ‘총량 문제로 거래 자체가 불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탄소배출권거래시장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됐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해 전기요금 인상까지 연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산업계와의 마찰이 예고됐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는 내달 초 탄소배출권거래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 10월 모의거래 일정에 맞춰 개발자를 투입해 기본 프로그램 설계까지 마쳤다.

정부는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배출권 거래기관으로 한국거래소를 지정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할당된 만큼의 탄소를 배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기업과 거래를 통해 확보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자는 취지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하게 돼 산업계는 제조 경쟁력을 해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24개 경제단체가 공동성명을 내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재계는 “기업별 탄소 할당 총량 자체가 너무 적게 산정돼 모든 기업의 탄소 배출권이 부족해 기업 간 거래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스템이 만들어져도 제도 자체가 불완전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스템 청사진은 이미 완성됐다. 거래소가 만들 탄소거래시스템 골격은 금 시장의 거래 시스템과 같다. 주문 단말 기능은 수십여개 중소형 증권사가 사용하는 코스콤의 ‘파워베이스’ 원장 시스템을 탄소 거래에 특화시킨다. 개인이 주식 HTS에 접속하듯 탄소거래용 HTS 로그인을 통해 탄소를 사고파는 식이다.

이 시스템은 환경부의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과 정보를 주고받는 기업의 탄소거래 접점이 된다. 환경부 시스템이 각 기업의 계정과 할당량 정보를 관리하고 거래소가 매매 체결을 맡는다. 자본시장 운영 경험과 주식 거래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셈이다.

이수재 한국거래소 탄소시장준비팀장은 “거래 체결이 주된 기능이며 A기업이 몇 톤을 구매했다는 식의 구매 내역을 환경부에 보내면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이 변경된 탄소량을 반영한다”며 “모의거래가 시작되는 10월부터 시스템 운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우리 생각에는 배출권 총량이 지나치게 과소하게 산정되다 보니 모든 기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배출권 자체가 확보가 돼야 거래가 되는데 총량 자체가 적다 보니 모든 기업이 배출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거래 대상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탄소배출권거래 시스템 개발 경과

(자료: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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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