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제조업 혁신 3.0 전략’은 점점 약화되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제조업 혁신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현대자동차가 이미 50% 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삼성전자가 많은 스마트폰 물량을 대거 베트남으로 가져가 생산하는 등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벌어지는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 대기업이 더 이상 고용창출과 국가 산업 활성화에 기대만큼 기여하지 않는다는 상황도 반영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나라가 모두 제조업이 강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제조업 붕괴는 곧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관섭 산업부 산업정책실장도 브리핑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차럼 더는 저임금 구조로만 우리 제조업 경쟁력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조업의 흐름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혁신 3.0 전략만으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국내 유턴을 유도하거나 해외이전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런 현상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조치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반영됐음을 강조한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과거 경공업 중심의 수입대체형 전략이 ‘제조업 1.0’, 조립·장치산업 위주의 추격형 전략이 ‘제조업 2.0’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융합형 신제조업을 향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 중심의 추격형 전략이 더는 우리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애플의 아이폰은 중국에서 조립되지만 많은 부가가치가 미국으로 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이 같은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제조업 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는 IT 융합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제조업 혁신 3.0은 먼저 제조업과 IT의 융합을 통한 스마트 산업혁명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IT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IT와 제조업의 융합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막거나 지연시키자는 취지다.
하지만 실천 과정에 있어 아직 보완해야 할 측면이 많다.
먼저 가장 중요한 예산 부문에서 허점이 보인다.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민간이 조달해야 하는 금액이 7000억원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재원을 감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어느 정도 비율이 될지는 미지수다.
또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 중소기업의 특성상 수요처인 대기업은 해외, 중소기업은 국내라는 등식이 가능할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