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 논문에 발목 잡힌 국내 이공계 학회, 침체일로

연구자 학술활동의 중심축인 ‘학회’ 활동이 급격히 줄고 있다. 교수들이 해외 학술지 등재 논문 연구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학문 간 교류 활동이 위축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학술지 발간 관련 정부 지원이 축소되고 대학 내 교수 평가가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SCIE)으로 쏠리면서 학회 활동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산학협력이나 응용연구의 핵심인 공학계열 학회 활동의 침체가 두드러진다.

학회의 주요 활동은 연구자 간 교류 활성화와 연구 확대다. 세미나 개최를 비롯해 학술활동을 담는 학회지 발간이 대표적이다.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학회는 현재까지 총 3333개이다. 이 중 과학기술분야 학회는 945개 공학계열은 269개다. 전체의 절반을 크게 밑돈다. 공학계열에서 KCI 등재 학술지를 발간하는 기관은 총 177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1931개 학술지의 10분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규 학회 등록이나 학술지 등록도 2010년 이후로 급격히 줄었다.

KCI 인용지수는 더욱 심각하다. 2011년 기준 237개 학술지 중에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은 학술지는 10개다. 인용 횟수가 높은 것을 뜻하는 영향력 지수도 1.2 이상을 기록한 학술지는 1개에 불과했다. 학술지 인용 통계를 시작한 2008년(3개)보다 뒷걸음질쳤다.

이는 국내 학회나 학술지 활동보다 해외 유명 학술지 등재를 더 높이 평가해주는 평가제도 탓이라는 지적이다. 교수 임용이나 승진 심사에도 해외 발표 논문에 더 높이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연과학이나 공학 계열의 경우 인문사회 계열과 달리 첨단 분야에 해당하는 전공이기 때문에 해외 학술활동이 더 유리하다.

한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는 “이공계열은 해외 학술지 등재에 더 높은 평가를 해주기 때문에 학회에 참석해 교류하는 것보다 연구실에서 개인적으로 논문을 써서 투고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제 간 융합을 하려면 일단 연구자끼리 만나서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장이 넓어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국내 학회 활동이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