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UHD 월드컵 지상파 생중계… "성공적"

몸은 서울역이었지만, 느낌은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었다. 잔디가 뭉개짐 없이 하나하나 살아있었고, 공인구 브라주카는 선수들의 발끝에서 날아다녔다. 관중도 마치 옆에 있는 듯했다. 이근식 KBS 기술관리국 차장은 “HD 때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좁은 부분을 일일이 촬영해야했지만, 4K UHD는 그라운드가 한눈에 들어와 잦은 화면 전환 없이 경기를 한눈에 따라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 최초 지상파 4K 초고화질(UHD) 월드컵 생중계가 29일 오전 5시 콜롬비아와 우루과이의 16강전을 시작으로 KBS와 SBS의 700㎒ 대역 실험방송 전파를 탔다. 이날 서울역에서는 LG전자와 KBS가 준비한 공공시연도 열려 이른 새벽길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첫 국제 생중계를 초조하게 지켜봤던 LG전자와 KBS 관계자들은 “성공적이었다”며 자평했다.

일본 소니가 12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아시아샛 5호 위성을 타고 KT 금산지구국에 도착해 서울 여의도와 목동의 KBS, SBS 방송센터로 전달됐다. KBS는 이를 관악산송신소에서 수도권에 5㎾로 송신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망과 KT망으로 대전과 제주에도 신호를 보냈다. 장진희 KBS 기술관리국 선임연구원은 “KT에서 KBS로 HD용 회선 4개를 연결해 신호를 받았다”며 “이를 하나의 4K UHD 화면으로 맞추는 작업이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KBS와 UHD 생중계를 함께한 LG전자는 84인치 최신 UHD TV(모델명 84UB9800) 두 대를 제공했다. DVB-T2 튜너를 내장한 일체형 제품으로 가격은 2200만원 상당이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김상태 LG전자 사원은 “서울스퀘어 빌딩의 사무실에서는 동글을 장착한 TV로 실험방송 수신을 점검했다”며 “세계 최초 UHD 국제 생중계를 LG전자 울트라HD TV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KBS와 SBS는 이번 중계를 상업용 중계처럼 꾸몄다. KBS는 캐스터에 이영호 아나운서를, 해설에 김태륭 위원을 투입해 기존 HD와 다르게 구성했다. HD와 UHD가 별도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스코어보드 등 그래픽과 리플레이, 슬로우모션 등 특수영상도 4K UHD로 제작했고, 오프닝·엔딩 영상도 업컨버팅했다.

UHD TV 두 대를 나란히 놓고 HD 업스케일링과 비교하자 차이는 확연했다. 빠른 화면에 잔디가 뭉개지고 잔상이 남는 업스케일링과 달리 ‘진짜 UHD’는 잔디와 선수들의 표정, 색감 모두 또렷했기 때문이다. 이근식 차장은 “브라질로부터 시험신호가 경기 시작 26시간 전에야 들어와 준비 시간이 촉박했지만, 첫 국제 생중계 결과로서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첫 UHD 중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줄을 이었다. “마치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것 같다”는 반응부터 UHD TV 구입과 시청 방법에 대한 문의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외국인들도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일반인 대상 UHD 월드컵 생중계에 감탄했다. 바닥에 앉아 84인치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UHD 영상에 압도당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제임스 로드리게스의 연이은 득점에서는 모두 공의 궤적에 눈을 따라 맞췄다.

KBS는 월드컵 UHD 중계 경험을 9월 인천 아시안게임 UHD 생중계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직접 제작해 내보내는 단계로 발전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경기장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고해상도의 특징을 적극 살려 UHD 스포츠 중계의 노하우를 쌓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KBS와의 UHD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아시안 게임 UHD 중계방송을 지원할 방침이다. 양사 기술진은 UHD TV의 색감, 화질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여건도 우호적이다. 일반 가정에서의 UHD 실험방송 수신 여건이 마련됐고, 국산 방송장비 업체 티브이로직이 KBS에 납품한 UHD 제작용 모니터가 이번 중계에 쓰이는 등 장비시장도 개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포기한 월드컵 4K UHD 생중계를 세계 최초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얻은 자신감은 향후 국산 UHD 산업 활성화에 긍정적이다.

KBS와 SBS는 이날 중계를 마친 후 700㎒ 실험방송 채널에서 각자 고른 경기 주요 영상을 내보냈다. KBS 관계자는 “16강전 경험을 바탕으로 7월 5일 오전 1시 8강전과 14일 오전 4시 결승전 UHD 중계는 더 향상된 품질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16강전 생중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기쁘다”며 “KBS 등 방송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국내 UHD 산업 진흥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