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기반인 소재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그 중요성에 비해 국내 소재 산업 기반은 아직 빈약합니다.”
이봉우 STS네트웍스 대표는 최근 창업 후 인생 삼모작을 시작한 배경을 이렇게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를 퇴사한 뒤 멜파스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국내 대표 터치스크린패널(TSP) 전문 업체로 키워놓았다. 그리고 평생 꿈이던 창업 지원 업체(액셀러레이터) STS네트웍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오랜 시간 한 우물만 판 소재 전문 업체를 돕는다. 세트·부품에 이어 소재 산업에 도전한다.
이 대표는 “국내 소재업체 중 독자 기술을 보유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면서 “모래 속 진주 같은 소재 업체를 발굴·육성해 경제에 이바지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은 제조강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첨단 소재는 여전히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 의존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가 소재 산업 중에서도 첫 발을 내딛은 분야는 신소재·환경·에너지 등이다. 나노세라믹 분말을 활용해 방사선 차폐 소재 ‘RASGO TEX’를 만든 RSMtech(대표 양용주), 고순도 나노다이아몬드를 주력으로 하는 나노리소스(대표 권명택),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코삽입형 마스크 전문 업체 드림에어(대표 정진구)가 그 주역들이다.
이 대표는 이들 업체에 연구개발(R&D)·제조에만 집중하라고 요구한다. 나머지는 STS네트웍스 몫이다. 제품 개발 방향성을 잡아주거나 양산을 지원하고 판매·홍보까지 한다.
이 뿐만 아니다. 합작회사 형태로 회사를 재설립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 양산→매출 발생→신규 투자’ 사이클을 3번 정도 반복, 일정 규모로 성장하면 모든 경영권을 내려놓을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이들을 자회사·협력사로 부르거나 이같은 행동을 ‘돕는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상생’이다. 회사 로고에도 선(善)함·바름·절실함의 의미를 담았다. 그럼 회사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물었다. 답은 명료했다.
“STS네트웍스는 이들과 어깨동무(Shoulder To Shoulder)하고 동등한 관계에서 파트너십을 구축합니다. ‘진짜 상생’은 갑을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습니다. 회사를 키우는 것보다 상생이 제겐 더 중요합니다.”
삼성전자, 멜파스에 이어 이제 막 인생의 3막을 올린 그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이 대표는 “삼성전자를 떠난 후 내내 꿈꿔왔던 것이 있다”라며 “STS네트웍스를 기반으로 지금껏 사회로부터 받은 모든 것을 환원해 취약 계층을 위한 비정부기구(NGO) ‘STS재단’을 설립하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