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출시된 수입차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차를 꼽으라면 별 망설임 없이 신형 푸조 308을 선택하겠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차여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쳤는데, 그 변신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고 또 누구나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신형 푸조 308은 외모가 확 바뀌었다. 푸조 특유의 프랑스적 감성에 더해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던 겉모습이 차분하게 변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균형과 비례가 더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질 만하게 바뀐 덕분이다.
더욱 눈에 번적 뜨였던 것은 실내, 그 중에서도 운전석 부근이다. 신형 푸조 308은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인테리어 시스템 ‘i-콕핏(i-Cockpit)’을 채택했다. i-콕핏 인테리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콤팩트 사이즈 스티어링휠 △운전자 눈높이에 맞춰 설계한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 △직관적 주행 환경을 실현하는 9.7 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을 꼽을수 있다.
이것이 대단하게 생각된 이유는 아주 오랫동안 뭔가 불편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그것을 해결한 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에는 유독 이런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예를 하나 들자면 작은 사이드미러가 그렇다. 이게 작으면 두 눈의 시선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대상을 정확히 인식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도대체가 크게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계기판이나 센터페이서도 마찬가지다. 계기판은 운전대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가 일쑤다. 센터페이서에는 수십 개의 버튼이 빼곡이 들어차 도무지 무슨 용도인지 알기가 어려운 차들이 많다.
그런데 신형 푸조 308의 i-콕핏은 전혀 다르다. 운전대 크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계기판을 위로 끌어올렸다. 계기판이 운전대에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자가 앞을 보다가 굳이 고개를 떨굴 필요도 없다. 센터페이서에는 큼직한 9.7인치짜리 터치스크린을 달아 멀티미디어와 내비게이션, 전화, 기타 차량 설정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스마트폰과 같은 정전식 터치스크린이다.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적용을 꺼린 기술을 과감히 탑재한 것이다. 한 눈에 복잡한 버튼이 사라지고 차가 정말 깔금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전자를 배려한 작지만 큰 혁신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콜럼버스의 달걀’이 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