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거대 환경시장, 중국의 문이 열린다

“가장 규모가 크지만, 가장 진출하기 까다로운 곳.” 중국 환경 시장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평가다.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일군 중국은 심각한 대기·수질 오염 문제를 겪으면서 환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명실상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환경시장은 좀처럼 타인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다. 철옹성 같았던 중국 환경시장이 조금씩 국내 환경기업에게 문을 열고 있다.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로 양국 기업간 환경산업 협력의 단초가 마련되면서다.

[이슈분석]거대 환경시장, 중국의 문이 열린다

◇한-중 환경협력 신호탄

3일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국내 환경 산업계의 반응은 ‘기대감’이라는 단어로 함축할 수 있다. 특히 양국간 합의 내용 중 ‘미세먼지 등 환경 분야 협력확대’라는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던 점에서 앞으로 중국 환경시장 개척에 대해 고무적인 전망이다.

환경산업 양국 합의는 공동사업 추진이 그 핵심이다. 그동안 중국 환경 프로젝트 수주가 자국 산업 보호라는 장벽에 막혔던 만큼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이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는 우회책을 그린 셈이다. 정부는 중국과 공동 사업이 추진될 경우 중국 내 대형 환경 프로젝트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사업 제안 분야는 △환경 인프라를 완비한 신도시 건설 △대기질 개선 △친환경 에너지타운 건설 △폐기물 자원화 사업 등이다.

중국은 사회기반시설 사업 분야에 외국 기업 진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최고위층 협의가 있으면 공동 추진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의 천진생태도시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7년 중국과 싱가포르는 양국 총리간 생태 신도시 건설 협약을 체결한 후, 2008년 양국 정부와 기업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택 11만호를 건설하는 사업을 공동 추진했다. 싱가포르 사례처럼 정부간 협력 채널을 확대해 기업 단독으로 개척하기 힘들었던 시장의 문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장관급에서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통해 이미 상당 부문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대구서 열린 회의에서는 대기질 개선과 폐기물 국경 이동 등 9가지 분야에서 우선 협력분야를 선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환경장관회의 후속조치를 환경산업 진출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 지방정부와 협력관계 구축도 환경시장 개척을 위한 기반 중 하나다. 환경부는 환경오염 대책이 시급한 지역을 대상으로 정책·기술 공유와 인력교류를 정례화하는 협력채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중점 지역과 자매결연한 지자체와 환경산업협력단을 공동 구성·파견하는 등 협업도 강화한다.

기관·전문가간 협력도 추진한다. 환경사업 공정설계, 기술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주요 전문기관과의 협력으로 사업 수주기반을 안정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중국 환경과학원과 협력한 ‘한-중 공동 환경기술 실증화 지원센터’ 운영으로 국내 환경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중국 정부에 알린다. 환경 전문가와 기업간 교류는 베이징에 조성된 환경산업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이끌어갈 예정이다.

◇위험관리 및 맞춤형 지원 등 전략 필요

이번 정상회담으로 국내 기업의 중국 환경시장 진출 단초는 마련됐지만, 지금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튼튼한 후속대책이 필요하다. 중국 자체적으로도 기술력과 규모를 겸비한 환경기업들이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이렇다 할 차별화를 제시하지 못하면 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환경기업은 기술 경쟁력은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아 중국 시장에서 나오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하다. 중국 환경시장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자본과 기술을 겸비한 글로벌 환경기업과 중국 내 정부투자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중소 환경기업으로서는 플랜트 설비보다는 소모품 공정 등 소규모의 비지속적 수출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 건설업계의 시공 능력이 국내와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선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여기에 중국기업들은 저가입찰이라는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기술력 우위라는 안도감을 갖기에는 중국의 산업 수준이 우리의 턱밑까지 추격한 셈이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지원체계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환경부와 외교부(외교공관), 산업통상자원부(KOTRA), 국토교통부(해외건설협회), 기획재정부(수출입은행) 간 환경산업 해외진출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외교공관과 KOTRA가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해외건설협회는 도시건설 인프라 사업에 환경기업 동반진출을, 수출입은행은 금융·보증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강화하는 식이다.

프로젝트 수주도 단위사업보다는 여러 사업을 한데 묶은 패키지형 수주를 목표로 한·중 공동 현지화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폐기물 분야를 예로 들면 폐기물 처리 단위사업을 넘어 폐기물 선별과 에너지화, 감량, 매립을 한데 합친 모델이다. 내부적으로는 대중소기업과 기관간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환경 선두기업과 국내 동종기업의 MOU를 유도해 네트워크 기반 시장진출 역량을 강화한다.

중국 직접투자 기업을 위한 위험관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내외 전문가단을 구성해 중국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원스톱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주 후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전문 자문단을 현장 파견해 프로젝트가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중국 진출 국내기업을 매개로 한 환경수출도 대안 중 하나다. 국내 기업이 중국 현지 사업장을 마련할 시 국내 환경기술과 설비 이용을 유도해 부양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다. 기 진출한 사업장은 시설 개선사업을 통해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환경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환경기업들은 기술과 자본 면에서 이미 상당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시장의 문이 열린 것은 희망적이지만 영세한 국내 환경전문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지원 전략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