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없는 부회장, 어려울 땐 친하고 잘나가면 무시?
어려울 때 함께 할 수 있지만, 잘 됐을 때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죠. 반도체 장비 업체 A 사장은 과거 삼성전자 B 부회장과 미국에서 함께 유학한 사이입니다. B 부회장은 지금은 승승장구하지만, 미국 유학 시절만 해도 그리 잘 나가는 편은 아니었죠. A사장과 B 부회장은 바로 옆집에 살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죠. 몇 년 간 소식이 끊겼다가 A 사장이 얼마 전 귀국해 창업하면서 다시 연락이 닿게 됐죠. A 사장은 반가운 마음에 B 부회장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A사장은 B 부회장 비서를 통해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요즘 김보성 씨의 ‘으리~~’라는 유행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B 부회장님 의리 정말 없네요.
○…R&D는 ‘인 서울’, ‘강남’만 좋아해.
경기도에 위치한 한 소재업체는 요즘 본사 이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장 증설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젊은 인재 유치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현재 이 회사 소재지는 서울과 근접한 곳이라 사실상 서울 끝자락과는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강남역’을 기준으로 거리를 측정한다고 하네요. 근래 충청권 업체들이 판교로 많이 이전한 것도 강남역이 이유랍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수원 지역에 건립하려다 서초구 우면동으로 옮겼습니다. 삼성 역시 유능한 인재 유치를 위해 ‘인 서울’을 택한 거죠. 최근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구직자들의 직장 선택 조건에서 ‘급여’ 보다도 ‘근무 지역’을 더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외 지역에 있는 수많은 소재부품 업체들의 시름이 날로 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자신의 미래를 키워갈 기업의 내실보다 지리가 1순위 고려 조건이 되고 있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삼성 ‘애니콜·갤럭시 신화’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외국 반도체 기업의 C부사장은 오래 전 삼성전자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C부사장은 과거 한국에 출장왔다가 한 콘퍼런스에서 삼성 휴대폰 사업을 책임지던 이기태 전 부회장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 전 부회장은 “지금은 삼성 휴대폰이 세계 10위지만 나중에 1위를 하겠다”고 장담했답니다. 일부 사람들은 뒤에서 비웃기도 했다는데요. C부사장만은 삼성의 역량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믿었답니다. 실제로 삼성은 매년 한걸음씩 올라가더니 세계 1위에 올라섰죠. 아쉽게도 요즘은 삼성 스마트폰 실적이 좋지 않다는데요, 모쪼록 힘내서 영광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히든챔피언, 이제는 숨지 맙시다.
흔히들 국내엔 글로벌 강소기업(히든챔피언)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소재·부품업체들 중에선 제법 있습니다. 그간 실적이 좋거나 기술이 뛰어나도 언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에게도 말을 못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회사 자랑이 고객사 귀에 들어가면 단가 인하를 포함해 갖은 수난을 겪은 탓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자기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고객사의 실적 부진 탓에 회사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인식이 들면서부터라네요. 이제서야 빛을 제대로 발하는 듯 하지만 이유를 알고 보니 씁쓸합니다. 히든챔피언이 스스로를 히든챔피언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
문보경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