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와 토론토대학교, 시드니대학교 등 이름만 들어도 남부럽지 않을 것 같은 대학생들이 온라인 공성대전액션(AOS) 게임 ‘도타2’에 청춘을 걸었다. 이들에게 도타2는 단순히 즐기는 게임을 넘어 젊음의 열정을 불태우는 미래다.
MVP피닉스는 프로게이머로 구성된 전문 팀이 아닌 대학생 5명이 모인 팀이다. 팀장 박태원 선수(아이디: MVP March)가 넥슨에서 한국 도타2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직접 팀원과 후원단을 모집하는 등 발로 뛰었다. 전문 팀으로 성장하기 위해 팀 전원이 휴학을 하고 연습과 경기에 온전히 매달렸다.
MVP피닉스는 한국 도타2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성장했다. 올 상반기에 열린 ‘코리아 도타2 리그’에서 최종 우승하며 누적 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1인당 2000만원이면 대학생이 6개월 만에 쉽게 만질 수 있는 금액은 결코 아니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내로라하는 명문 대학생이 왜 학업과 전공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프로게이머의 길을 택했을까. KAIST를 졸업한 이승곤 선수는 “도타2만큼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분야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본격적인 선수 생활은 1년 남짓하지만 지난 10년간 도타2를 즐겨온 사용자로서 국가대표 자격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등 그의 도타2 사랑은 남다르다.
MVP피닉스 선수 대부분은 처음에 심한 가족의 반대를 겪었다. 어렵게 입학한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업하기 바라는 부모님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박태원 선수는 “대학 졸업 후 부모님께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하자 반대하셨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말씀드리자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셨다”며 “지금은 모든 경기를 다 챙겨보시고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승곤 선수는 “부모님은 내가 선택한 길이 평범하지 않다며 안타까워하시지만 최근 좋은 성적을 내면서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시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e스포츠 인프라를 갖췄지만 프로게이머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VP피닉스는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시애틀에서 총상금 1000만달러(약 100억원) 규모로 개막하는 세계 대회 ‘디 인터내셔널’에 참가한다. 대회 준비에 한창인 MVP피닉스의 양 어깨에는 막중한 책임감이 실렸다. 세계 대회에서의 성적이 곧 한국 도타2 리그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승곤 선수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프로 생활을 꿈꾸는 게이머라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이번 세계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원 선수는 “우리는 처음부터 전문 팀을 목표로 출발했다”며 “처음에는 세계적인 팀과 비교해 개개인의 실력이 많이 부족했지만 힘을 합쳐 이기겠다는 목표로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 “팬들의 기대에 꼭 부응하고 싶고 한국 도타2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