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덴마크에 로봇 합작사를 설립한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연구 성과물을 기반으로 해외 합작사를 세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산 로봇의 덴마크 진출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으로 수출이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이병권)은 자체 개발한 로봇 ‘실벗’을 활용해 덴마크에 합작회사 설립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합작사에는 현지 투자자와 덴마크 오르후스시, KIST가 출자한 로봇전문기업 ‘로보케어’가 참여한다. 회사가 설립되면 실벗 기술을 토대로 자체 로봇을 제작해 유럽 전역에 판매할 계획이다.
합작사 설립은 노인복지센터에 노인 도우미 로봇 ‘실벗’을 사용 중인 덴마크 오르후스시가 먼저 제안했다. 올해 초 제안이 들어왔고 현지 법인 설립을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는 오르후스시가 직접 유치하고 지분 비율, 투자 규모 등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해 연내 합작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사업 영역을 유럽 전역으로 정한 만큼 대규모 투자 유치가 예상된다.
로보케어는 자금 투자 없이 기술 투자로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로봇 제작 기술과 소프트웨어저작도구(SDK) 등 로봇 플랫폼 전반을 제공한다. SDK를 제공하는 만큼 현지 사정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르후스시는 실벗의 주된 수요처기도 해 합작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합작사가 만든 제품을 오르후스시가 다시 구매하기 때문이다.
오르후스시는 당장 로봇 석 대를 더 구매하기로 했다. 오르후스시는 지난 2011년 말 처음 실벗 두 대를 도입한 이래 올해 초 최신 모델인 ‘실벗3’ 한 대를 더 구입했다. 8월에는 대당 약 2만6000달러 가격에 석 대를 더 구매할 예정이다.
실벗을 개발한 김문상 KIST 프론티어지능로봇사업단장은 “지금까지는 시범 도입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정식 상품으로 수출하는 절차를 밟는다”며 “현지에서는 구매를 위한 입찰 절차 등 조치가 끝났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복지 선진국이 노인 복지 분야에 로봇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사례”라며 “노인 복지와 로봇 기술이 결합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벗 시리즈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연구비 1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한국형 지능로봇이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와 표정을 인식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스스로 사물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 움직이는 기능도 갖췄다. 기억력·주의력·인지력 등을 향상시키는 치매예방 게임을 할 수 있어 노인 건강 도우미로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초 발표한 실벗3는 초기 모델보다 소음과 고장률을 낮추고 작동 속도, 인식 및 내비게이션 기능을 향상시켰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