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험·주인의식·열정 삼박자 `스타트업 인턴` 뜬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산업디자인학 전공 3학년을 휴학 중인 이종훈 씨는 한국의 토종 스타트업 ‘직토’에서 인턴으로 근무한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지난해까진 독일계 다국적 기업의 상하이 지사에서도 인턴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규모는 작더라도 자신이 책임을 지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금이 훨씬 즐겁다고 말한다. 영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현재 업무에 푹 빠져 당분간 휴학이 길어질 것같다.

지난 달 16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글로벌 디매치에는 130여명의 인재들이 스타트업의 인턴이 되기 위해 지원서를 접수했다.
지난 달 16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글로벌 디매치에는 130여명의 인재들이 스타트업의 인턴이 되기 위해 지원서를 접수했다.

회사나 기관 등의 정식구성원이 되기에 앞서 훈련을 받는 사람 또는 그 과정을 일컫는 ‘인턴’은 요즘 취업난을 겪는 학생들의 필수 코스처럼 자리잡고 있다. 특히 취직에 유리한 대기업과 공기업 인턴은 정규직 공개 채용의 경쟁률을 앞서는 일도 적지않다. .

최근 이런 인턴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갓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현장 경험과 창업 노하우, 열정을 얻고자 하는 지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디캠프(D.CAMP)는 6일 서울 시내 IT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과 스타트업 간 공개 인력채용 프로젝트 디매치(D.MATCH)참가 접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디매치는 스타트업에게는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인재들에게는 스타트업에서의 직무 경험으로 자기 발전과 간접 창업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된 인재매칭 프로그램이다.

지난달에는 해외 진출 스타트업과 글로벌시장에 관심있는 학생을 매칭하는 글로블 디매치 행사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영국 노섬브리아대, 호주 시드니대 등 해외 유수 대학 출신에 5개 국어 능통, 투자 애널리스트 인턴십 경험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가 몰렸다.

이 행사에서 직토 인턴으로 채용된 이종훈 씨는 “규모가 큰 대기업 인턴에서는 원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인턴의 최대 장점으로는 실질적인 업무 및 창업 경험과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이 꼽힌다. 사업 초기인 경우가 많아 대우가 충분하지 않고 야근, 밤샘업무가 많은 편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할 수 있어 견딜만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그 결실을 함께 누릴 수도 있다. 온라인 맞춤 여행서비스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10억의 후속 투자를 유치하고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서 고생하던 인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부도 창업성공률 및 생존율 제고를 위해 창업 전 벤처·창업기업의 인턴 근무기회 제공으로 현장경험 및 실무지식을 습득하도록 하는 창업인턴제를 운영 중이다. 인턴과정에서 소요되는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고 실제 창업으로 연결시 최대 8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조건부 지원한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는 데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히 열악한 근무환경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디자인 관련 스타트업의 한 인턴은 “인턴이라도 주도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체계가 부족하고 임금이 없는 경우가 많아 ‘노동법 사각지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창업자는 투자를 받거나 기업공개 시 많은 수익을 얻는 편이지만 하부의 근로자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