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를 흔들었던 3차연도 알뜰주유소 공급권 공개입찰이 1부 시장 공급사로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그대로 선정되면서 종료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가격협상 문제로 한 주 가량 지연됐던 1부 시장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자 선정이 이변 없이 마무리 됐다. 지난 2년간 중부권(서울·수도권·충청·강원)에 석유 제품을 공급한 현대오일뱅크가 올해도 중부권을, 나머지 남부권(영·호남)을 차순위인 SK에너지가 공급키로 최종 결정됐다.
1부 시장 입찰에서 협상 순위가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에쓰오일, GS칼텍스 순으로 선정됐지만 우선협상자인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와 협의가 지연되면서 차순위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석유공사에 계약가격을 입찰가격보다 조금 높게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의가 늦어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종 계약 가격은 입찰가격보다 소폭 조정했으나, 당초 기대했던 저렴한 가격 수준은 달성했기 때문에 알뜰주유소에 어느 해보다 싼 석유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올해 알뜰주유소 공급권 공개입찰이 1부 시장은 ‘사후조정’, 2부 시장은 ‘봐주기’ 논란 속에 마무리됐다. 1부 시장 알뜰주유소 공급권 공개입찰은 내수 공급량 확보 차원에서 어느 해 보다 치열해 정유사가 제로 마진 수준으로 입찰에 응했다. 그 결과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막상 세부 계약 협상에 들어서고 보니 ‘마진’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유사가 일단 알뜰주유소 공급권 확보가 다급해 최저가를 불렀지만, 입찰에 응한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기는 도저히 힘들어 ‘좀 봐달라’고 정부에 하소연하면서 협상이 지연됐다. 결국 우선 협상자 요구를 정부가 일부 수용하면서 계약 가격을 소폭 조정하고 협상은 종료됐다.
최저 가격으로 입찰을 따낸 우선협상대상자가 본 계약 협상에서 이전에 제시했던 최저 가격은 힘들다고 밝히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차순위 기업에서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토탈이 휘발유와 경유 공급권을 모두 획득한 2부 시장은 ‘특정기업 봐주기’ 논란을 떨치지 못했다. 정부가 과거 수의 계약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던 삼성토탈에 대한 특혜 지적을 잠재우기 위해 공개 입찰로 전환했다.
석유업계는 하지만 2부 시장 공개입찰 참여 조건과 진행 방식을 삼성토탈에 유리하게 설정해 여전히 봐주기였다고 지적한다. 2부 시장 공급권 공개입찰을 하반기에 경유를 생산하는 삼성토탈의 일정에 맞춰 경유와 휘발유를 구분해 진행했다. 또 입찰 참여조건으로는 전년도 경질유(휘발유, 경유, 등유) 공급실적을 제시했다. 경유 입찰에는 경유 공급실적을, 휘발유 입찰에는 휘발유 공급실적을 조건으로 달아야 정상인데 이를 다르게 제시한 것이다. 이 부분 역시 전년도 경유 공급실적이 없는 삼성토탈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봐주기 논란속에서 진행된 2부 시장 공개입찰에는 정유4사 중 2개 회사만 참여했다.
석유업계는 무엇보다 1~2부 시장을 구분할 필요 없이 석유제품 생산·유통능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하면 되는데, 굳이 석유공사 비축시설 등 국가기반설비를 사용해가면서 2부 시장이라는 것을 만든 것부터 특혜라고 지적한다. 시장이 나뉘어 지지 않으면 삼성토탈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알뜰주유소 공급권 획득 현황 / 자료:한국석유공사>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