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첫날인 지난 1일 찾은 곳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옆 이면도로였다. 지난달 29일 발견된 의문의 구덩이 때문이다. 구덩이가 이른바 ‘싱크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인근에서 진행 중인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송파구는 인근 건물 하수관 연결이 잘못돼 발생한 현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전문가와 시민의 의심은 계속되고 있다.
싱크홀은 땅 속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이다. 땅 속에서는 깊이가 2.5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증가한다. 지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지하수가 이 압력을 버텨낸다. 깊이 25m 암반층에 있는 지하수가 빠져나가면 약 10기압가량의 힘이 땅을 누르는 셈이다. 이를 버텨내지 못하고 지반이 꺼지면 싱크홀이 생긴다.
지하수가 빠져나가는 원인은 다양하다. 자연 상태에서는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싱크홀이 발생한다. 석회암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에 녹으면서 지하수 경로가 바뀌고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면 땅이 내려앉는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크기의 싱크홀이 곳곳에 분포한다. 멕시코의 제비동굴은 세계 최대수직 싱크홀이다. 지름 50m에 깊이는 376m에 이른다. 싱크홀은 바닷 속에 생기기도 하는데, 바하마 인근 ‘딘스블루홀’은 지름 100m, 깊이 200m짜리 싱크홀이다.
도심 지역에 생기는 싱크홀 대부분은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쓴 결과다. 이 경우에도 땅 속 물길이 바뀌거나 빈 공간이 생겨 땅이 꺼질 수 있다. 대규모 공사, 무분별한 도시 개발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0년 과테말라에서는 지하수가 마르면서 싱크홀이 발생해 건물 4채가 빨려들어가고 경비원 1명이 사망했다. 제2롯데월드 역시 현장 옆에 있는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송파구 싱크홀과 연관이 있다는 의심을 샀다.
지하수가 너무 잘 흘러도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의 지하수가 흐르면서 물길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2월 과테말라 도심을 습격한 싱크홀은 허리케인이 쏟아부은 빗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홀 공포는 미국을 덮치기도 했다. 지난 4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폭우가 쏟아진 직후 땅이 내려앉는 싱크홀 현상이 발생했다. 자동차와 도로, 철길까지 빨려들어갔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다음 달인 5월에도 테네시주 오스틴피 주립대에서 미식축구 경기장에 지름 13m, 깊이 13m짜리 싱크홀이 생겨 대학 당국이 안전 점검에 나섰다.
게다가 미국은 지어진지 60~70년 된 도로가 많아 싱크홀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눈이 내리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지반이 약해진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