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D프린터 시장은 수십 개 PC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애플·IBM 등 몇 곳으로 정리됐던 초기 PC 시장과 매우 유사하다.”
국내에서도 3D프린터 창업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미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에 이어 우리도 3D프린팅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적극 챙기는 상황에서 언급된 것으로 철저한 시장 분석이 요구된다.
최근 방한한 그레그 마크 마크포지드 CEO(33)는 “미국에서만 보스턴을 중심으로 매사추세츠와 동부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3D프린팅 창업 열기가 매우 뜨겁다. 수백 개로 추산될 뿐 창업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라며 “중요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메이커봇의 아류로 제품이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마크 CEO는 “메이커봇 제품과 신생업체 제품이 있다면 무엇을 고르겠느냐. 메이커봇이 3000달러에 판다면 후발주자는 1000달러에 팔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이어 “HP에서 400달러대 3D프린터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이 제품이 출시되면 메이커봇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커봇은 2009년 창업한 3D프린터 업체로 지난해 이 분야 글로벌 선두업체인 스트라타시스가 6억4000만달러에 인수했다.
3D프린팅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창성’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CEO는 “경쟁사나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힘든 제품 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당연히 그 부문 특허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D프린터 엔지니어링(기계적) 특징으로 승부를 거는 것보다는 복합소재와 같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3D프린팅 시장 잠재력은 확신했다. 마크 CEO는 “한 기업이 시제품 하나를 만들려면 1200달러가 소요되고 외주를 준다면 2000달러 이상이 소요된다”며 “3D프린터로 만들면 14달러면 된다. 오늘 디자인해 걸어놓으면 내일 출근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포지드는 지난해 5월 MIT 졸업생을 주축으로 설립됐다. 솔리드웍스 창업자 존 허슈틱의 자문을 받고 있으며 솔리드웍스 초기 투자사를 포함 벤처캐피털 두 곳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오는 9월 제품(마크원)을 공식 출시할 예정이며 이미 닛산에 자사 3D프린터로 만든 부품을 공급했다. 마크원은 항공우주학을 전공한 마크 CEO를 포함, 기계공학·고분자·컴퓨터공학 전공자 9명이 만들었다. 전 직원은 15명이다.
마크 CEO는 “애플 아이폰은 기계공학자 6명에 의해 탄생했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개발하는지보다는 얼마나 독창적으로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크 CEO는 직전 창업한 태양광 배터리 회사에서 시제품을 스트라타시스를 이용해 제작 후 3D프린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크 CEO 본인을 포함 개발진 모두가 창업 직전까지 3D프린터 업계에 종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솔리드웍스와 오토데스크의 글로벌 콘퍼런스에 자사 제품을 공개했으며 이후 영국에서도 한 차례 제품을 소개했다. 그 외 지역은 지난주 전자신문이 개최한 ‘3D프린팅 유저 콘퍼런스’가 유일하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