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는 시간 경과에 따라 현재 상황에 맞지 않게 된 과거의 개인 정보에 대한 검색 결과를 없애도록 구글에 요청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보호, 프라이버시에 대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삭제를 원할 경우 소정의 양식을 통해 신청을 실시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구글은 요청한 내용에 대해 7월 실제로 특정 페이지에 대한 링크를 영국 버전 구글 검색 결과에서 삭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번에는 삭제 대상이 된 페이지에는 BBC 등 언론이 게재한 기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위기에 빠뜨린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당시 국제적인 투자은행이던 메릴린치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BBC는 당시 회장으로 거액의 손실을 발생시킨 책임으로 사실상 해임에 몰린 스탠 오닐 전 CEO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오닐은 사임 당시 1억 6,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 정당한 권리라고 해도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책임자로서 윤리적인 면에서 여론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 판결 뒤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이 기사 링크 삭제를 결정하고 해당 취지를 통지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한다.
해당 기사는 당연히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웹페이지는 1조 개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검색 결과에서 빠진다는 건 존재 자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과 같다. 당시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는 왜 구글이 저널리즘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가디언도 6건이 검색 삭제 조치됐다. 이 가운데 3건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과거 심판을 맡아 경기 중 판정에 대한 문제로 2010년 스스로 심판을 사임한 기사다. 데일리메일 역시 온라인판인 메일 온라인에서 비슷한 삭제 조치가 이뤄졌다. 메일 온라인 측은 이는 마치 도서관 서가에 침입해서 자기가 싫어하는 책에 불을 지른 것과 같다고 밝혔다.
한편 구글 영국 측 대변인은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은 개인의 잊혀질 권리와 사회의 알 권리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구글에 요구하는 것이라는 말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구글은 실제로 검색 제외 조치했던 기사 일부는 검색 결과에 다시 표시하기로 하는 등 시행착오와 고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개인의 잊혀질 권리와 사회의 알 권리라는 어려운 과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