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헤드폰 등 개인용 음향기기를 이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청력을 보호하는 기술과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경쟁적으로 음향을 키우는 콘텐츠 제작추세와 도시화에 따른 소음 증가로 음향기기의 음량을 키워서 생기는 건강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음악연구기관 에코네스트에 따르면 1950년부터 매년 발표된 인기 대중음악 5000곡을 분석한 결과 음량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0년부터 최근 20년 사이에는 증가 속도가 급격히 올라 39%에 달했다. 에코네스트는 “제작 단계부터 음량을 높이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카세트테이프, CD, MP3 등 기술 진화와는 상관없이 ‘고음량=고음질’ 인식 때문에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음향업계에서는 이를 ‘음량전쟁(Loudness War)’이라 부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최근 청소년들의 소음성 난청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음향업계는 ‘청력 보호’에 나섰다. 환경부가 2년 전 스마트폰과 MP3 플레이어에 최대음량 권고기준을 마련해 LG전자, 아이리버 등 4개 제조사들이 자발적 협약에 나섰고, 올해 2월에는 ‘소음·진동 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휴대폰, MP3 플레이어, PMP의 최대 음량이 100㏈로 제한됐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이 3월 일부 밀폐형 헤드폰의 음량을 높일 경우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국내 음량전쟁은 진행 중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돌비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LG전자 G2, 아마존 킨들파이어HD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자사의 돌비 디지털 플러스 기술을 공급했다. 돌비 디지털 플러스는 음향을 키우지 않고도 원하는 음향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어 소음성 난청을 예방한다. 돌비 관계자는 “노래는 가수의 목소리를, 영화 등 동영상에서는 배우의 대화를 강조해 들려준다”며 “주변의 소음에 관계없이 원하는 내용에 집중해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헤드세트를 착용해야 하는 상담업무 근로자들을 위한 제품도 출시됐다. 켄트피엘티가 내놓은 헤드세트 ‘HW491N’은 음성신호를 디지털로 처리한 디지털증폭기 ‘LINK 850’과 이용하면 주변 소음 방해를 피하면서 깨끗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주변 소음 탓에 높이게 되는 음량으로 생기는 스트레스와 청력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청력 손상을 막으면서 최소 음량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 각광을 받으면서, 장기적으로는 이어폰 없이 특정인에게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도 등장할 전망이다. 삼성그룹도 4월 발표한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과제에 문원규 포스텍 교수의 ‘프라이빗 오디오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연구’를 선정한 바 있다.
돌비 관계자는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음악 콘텐츠의 ‘음량전쟁’이 종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청력을 지키는 기술과 제품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