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NPE) 파이스(Paice)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에 경계 대상 1호다. 파이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특허를 중심으로 완성차업체를 공격한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와 특허분석 전문기업 광개토연구소(대표 강민수)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파이스는 총 18건의 특허를 보유했고 완성차 업체들은 파이스 특허를 총 269건 인용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포드(Ford Motors)와 제너럴모터스(GM)가 파이스 특허를 가장 많이 인용했다.
기술적 활용도를 반영하는 ‘특허 인용 수’는 피인용 특허 권리자의 영향력이 얼마나 미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특히 특허 인용이 많다는 것은 소송 발생 위험도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포드는 2004년 첫 하이브리드 모델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Escape Hybrid)’ 출시 후 파이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도요타도 마찬가지다. 2004년 ‘2세대 프리우스(Prius)’ 모델 출시 후 바로 분쟁에 휘말렸다.
대다수 NPE가 거래를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과 달리 파이스는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특허를 출원·등록하고 이를 소송에 활용한다. 파이스는 1994년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차량 특허를 처음 취득한 후 연간 1~2건 관련 특허를 꾸준히 등록해 왔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필요한 대부분의 특허를 보유했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는 “파이스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을 피해갈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제조업체는 없다고 단언할 만큼 파이스의 IP 포트폴리오는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도요타가 1300여개 하이브리드 특허를 집약해 제작한 ‘프리우스’도 결국 파이스 공격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미 연방 법원은 도요타 특허 침해를 인정해 427만달러(자동차 1대당 25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결과 2010년 도요타는 파이스 보유 특허 전부에 대해 기술료를 지급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포드도 특허 소송 이후 문제가 됐던 파이스 특허 ‘US 5343970’에 한정해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하지만 2014년 2월 파이스의 다른 특허로 재차 제소됐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파이스는 2012년 현대·기아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 자사 특허 3개를 침해했다며 볼티모어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파이스는 대전차 무기 개발 경력이 있는 옛 소련 이민자인 알렉스 세베린스키가 1992년에 설립했다. 최근 파이스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아벨재단(The Avell Foundation)은 이 회사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한 투자사로 알려졌다.
[표]완성차 업체별 파이스 특허 인용 현황
임지택기자 geetae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