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1만톤 규모의 신선 식품 저장고 이마트 후레쉬센터 3층. 붉은색 문이 잠긴 저장룸 안에 4톤 가까운 수박이 저장돼 있다.
지난 주말 입고돼 5일이 지났지만 수박 꼭지가 아직 싱싱하다. 통상 3일 이상 보관하기 힘든 수박을 일주일 가까이 신선하게 보관 중이다. 보관된 수박은 장마철에 맞춰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홍덕 이마트 후레쉬센터장은 8일 “저장고에 첨단 공조(CA) 기술을 적용해 수박 저장 기간을 기존 3일에서 10일로 늘였다”며 “수박 맛은 떨어지고 값은 올라가는 장마철에도 당도가 높은 수박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과일과 채소를 신선한 상태로 장기 저장하는 CA 기술이다. 저장고 온습도와 산소·이산화탄소 등 공기 농도를 조절, 농산물 노화를 억제해 오래 저장해도 수확 때 맛을 유지하는 저장 방식이다. 각종 저장 조건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기술의 힘이다.
1000억원을 투입한 후레쉬센터의 저장 능력을 더욱 끌어올린 기술이다. 이마트는 작년 사과에 CA 기술을 적용, 사과철이 끝나는 3월을 지나 5월까지도 사과를 판매했다.
올해는 수박과 상추 등 장기 저장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품목에 도전했다. CA 저장 수박 1만통을 10일 선보인다. 이상적 저장 조건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조건을 바꿔가며 테스트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온 결과다.
일반 대기와 달리 산소를 3~7%, 이산화탄소를 5~8%로 조정하고 질소를 85~92%로 올렸다. 산소 비율을 낮춰 수박의 생육 속도를 조절, 수박 노화를 억제했다.
이홍덕 센터장은 “지속적으로 실험한 각종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분석하고 조정했다”며 “사람이 묵는 호텔이 온도와 습도만 맞추는 데 비해, 후레쉬센터는 대기 농도까지 조정한 농산물용 특급 호텔”이라고 말했다.
CA 기술 적용으로 농산물 가격 안정과 농가 수익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 맛이 떨어지고 값은 오르는 장마철엔 CA 저장된 기존 고품질 수박이나 상추를 풀 수 있다. 농가도 보통 장마철이 돼 당도가 떨어지면 수박을 폐기했지만, 이젠 이마트에서 장마철 전에 미리 매입할 수 있게 돼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
이마트는 시즌에 상관 없이 신선 과일과 채소를 공급, 차별적 경쟁력을 얻으리란 기대다. 자두와 천도복숭아는 최대 3개월 이상 시즌을 확대하고, 상추는 최대 한달까지 저장기간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CA 저장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이상기온 등으로 급등락하는 과일과 채소를 안정적 가격에 공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천=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