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이 각기 다른 유사 탄소인증을 운영해 시장 혼동이 불가피하다. 인증 운영 취지는 좋지만 인증 성격이 비슷해 선택과 집중이 힘들어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환경업계에 따르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 중인 탄소성적표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가 운영 중인 해외 탄소라벨링 민간인증(카본벌룬라벨)의 내용이 상당부분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성적표지는 2009년부터 탄소배출량을 인증해온 제도로 제품 생산과 유통, 폐기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배출량으로 환산한 라벨을 부착한다. 카본벌룬라벨는 해외 수출용 제품을 대상으로 배출량을 검증해 제품에 라벨 형태로 부착한다. 해외 전용이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탄소성적표지와 취지와 성격이 동일하다.
문제는 이미 운영돼온 탄소성적표지도 해외 시장에서 배출량 검증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림그룹의 경우 스페인과 호주에 인쇄용지 수출에 탄소 성적 표지를 인증서로 활용했다. 미국 녹색구매 규격 인증기관인 EPEAT도 국내 TV제품에 대해 배출량 인증으로 탄소성적표지를 인정했다.
업계는 두 개 인증이 계속 활용될 경우 해외시장에서 혼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복수 유사인증이 혼용돼 사용되면 고객사 혼동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두 인증 모두에 신뢰성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도 고객사가 어떤 인증을 요구할지 모르는 만큼 두 인증을 모두 획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인증 중복 논란을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4일 생산기술연구원 해외 탄소라벨링 제품 탄소배출량 산정 지원 사업 참여기업 모집 공고를 내기도 했다. 카본벌룬라벨 제도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셈이다.
생산기술연구원은 탄소성적표지와 중복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인증 대상이 해외제품으로만 제한되고 수출사업에 있어 엄연히 해외인증규격을 필요로 하는 사업자가 있다는 이유다. 인증기준을 영국 ‘PAS 2050’에 기초하고 있는 것도 차별점으로 보고 있다. PAS 2050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탄소인증을 발급한 카본 트러스트 기준이다. 생산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인증기준과 대상이 해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중복사업으로 보기 힘들다”며 “지원 사업도 인증 취득을 위한 서류 작업에 대한 것으로 실제 어떤 인증을 취득할 것인지는 사업자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환경산업기술원은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해외 전문인증을 따로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반응이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탄소성적표지는 이미 1400개 인증을 발급하며 정착하고 있는 단계”라며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유사인증의 혼용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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