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발 충격에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8분기 만에 8조원이 붕괴된 데서 더 나아가 7조원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내부 고위 임원이 속절없이 내뱉은 말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은 2년 전으로 퇴화한 수준이다.
8일 발표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영업이익)에 대해 또 다른 내부 고위관계자는 한마디로 “죽을 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추이를 고려할 때 분기 영업이익 8조원 벽은 허물어질 수 있겠지만 어닝쇼크는 ‘7조5000억원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말이 회자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상은 그보다 3000억원이나 더 빠진 7조2000억원(이하 잠정치)으로 나왔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연초부터 몰아닥친 비상경영이 실효를 거뒀다고 자부하기 힘든 상태로 더 강도 높은 업무에 구조조정설까지 흘러나왔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8조4900억원)보다 15.19%, 작년 2분기(9조5300억원)보다 24.45% 각각 줄었다. 예견됐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충격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최근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8조1239억원보다 무려 1조원가량 내려갔다. 시장 예상치를 완전히 벗어난 수치다. 매출액도 52조원이다. 1분기 53조6800억원보다 3.13%, 작년 동기 57조4600억원보다 9.5% 줄었다.
삼성전자 실적이 충격적인 것은 지난 2년(8분기) 동안 굴곡은 있었지만 8조원 이상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사상 처음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벽을 넘어서는 10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서도 연초에는 2분기 또는 3분기에는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를 자처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무의미해졌다는 평가다. 지금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말하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없다. 오히려 올해 영업이익 30조원 하회를 우려한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8조310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5조6900억원으로 가까스로 1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10조1600억원(3분기)과 8조3100억원(4분기)으로 상반기보다 많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3분기부터 실적이 꺾일 것으로 봤는데 그 시점이 생각보다 일렀다”며 “휴대폰(IM) 부문에서 앞으로 분기 영업이익 5조원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단정했다.
2분기 실적 쇼크 중심에는 휴대폰이 속한 IT·모바일(IM) 부문이 있다. 삼성전자도 이례적으로 내놓은 잠정실적 설명자료에서 △2분기 지속된 원화 강세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판매 감소 및 재고 감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무선(모바일) 제품에 직접 영향을 받는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 사업 약세 등을 꼽았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IM 부문의 영업이익을 5조~5조5000억원 수준에서 현재는 1조원가량 감소한 4조1000억~4조5000억원으로 수정해 추정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실적 악화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은 ‘환율(원화 강세)’에는 반응이 다소 엇갈린다. 거시적인 요소로 전 사업부에 영향을 미쳐 먼저 언급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적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완제품을 해외에서 만드는 상황에서 환율 탓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쇼윙(보여주기)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삼성전자 최근 사업부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단위:조원) ※자료:삼성전자>
김준배·서형석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