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FATCA 시행됐으나 중소형 금융사 여전히 준비도 못해

이달 1일 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이 시행됐지만 일부 금융사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여전히 체계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중소 금융회사는 이렇다 할 준비조차 못한 실정이다. 일부 적용 대상 금융회사는 미국 납세자의 금융거래 비율이 낮을 것으로 판단,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은행과 증권사 등을 제외한 상당수 금융회사는 신규고객만 적용하는 FATCA 1단계를 진행하고 2단계를 준비 중이다. 1~2단계를 진행했다 하더라도 미국 납세자 분석보고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지는 않은 상태다. 금융사들은 늦어도 연내 관련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해야 한다.

은행권에서는 외환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외환은행은 국내 본사와 해외법인을 구분, 금융거래자에 대한 FATCA 적용을 위한 정보시스템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를 완료한 상태에서 곧 2단계가 완료된다. 상황에 따라 보고 대상자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존 거래 고객에 대한 데이터 분석도 세밀하게 진행했다. 데이터 분석 작업만도 3개월 동안 수행했다.

대형 증권사도 대응이 분주하다.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은 개별적으로 솔루션을 도입 FATCA 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대신·동부·신한·유신·한화증권은 공동으로 솔루션을 도입해 FATCA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코스콤도 파워베이스 기반으로 거래시스템을 운영하는 중소형 증권사 대상으로 FATCA 시스템을 구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 외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이다. 차세대시스템을 구축 중인 기업은행과 최근 대상으로 포함된 산업은행, 우체국금융 등이 아직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했다. 증권 업계에서도 합병을 준비 중인 NH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이 1단계를 진행한 후 2단계 준비만 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증권사는 연내 2단계 사업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곳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중소형 금융사다. 올해 초 적용 대상으로 정해져 아무런 준비조차 못했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은 자체적으로 진행하자니 IT인력이 없고 외부 솔루션을 도입하자니 비용이 부담 되는 상황이다. 솔루션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금융회사는 현재로서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대형사들이 진행한 것을 보고 여건에 맞춰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국 납세자 금융거래가 적을 것으로 판단, 시스템 구축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사도 있다. 그러나 은행과 대형 증권사 등이 FATCA를 강력히 적용하면 미국 납세자의 자금이 저축은행 등 중소 금융사로 분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사 관계자는 “자칫 FATCA 미적용으로 금융회사는 막대한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 금융신인도 하락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용어설명=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

금융기관은 금융거래 이용자 대상으로 미국 납세의무자 여부를 파악, 해당자의 거래내용은 물론이고 계좌정보를 미국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국가 간 협정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7월 1일부터 FATCA를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