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을 찾은 20대 중국인 여성 A씨. 오후에 그가 가고 싶은 곳은 인사동 거리였다. 그곳에서 한국 전통 음식을 맛보고 비교적 고가의 한국 전통 공예품을 구입하는 게 목적이다. 명동에 도착해 A씨는 택시를 타고 인사동으로 향한다. 인사동에서 3만2000원짜리 불고기 정식을 먹고 100만원어치의 공예품을 구입한다. 기존 빅데이터를 대입하면 ‘외국인이 100만원을 결제했다’는 정도다. 제휴카드 유무에 따라 국적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신한카드의 ‘통신+결제’ 정보를 활용하면, 20대 중국인 여성이 인사동에서 3만원2000원 식대 지출과 100만원 공예품을 몇 시에 어디어디를 거쳐 구매했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위치기반서비스(LBS)와 가맹점 결제 정보가 융합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신한카드의 빅데이터 협력은 결제정보 추적이 가능한 신용카드에 T맵을 장착했다고 보면 된다. 빅데이터 사업이 하나의 서비스에 부가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을 뛰어넘어 돈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용도로 흘러가는지 내비게이션을 보듯 한눈에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보는 해외 관광객 대상 정책수립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카드 가맹점과 소상공인,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자영업자에게 돈의 흐름을 보여주는 컨설팅과 지원 사업이 가능해진다. 서울시 등이 참여한 목적이기도 하다.
그동안 펼쳐졌던 빅데이터 사업은 이종사업 간 융합이 아닌 단일 기업, 단일 기술이 적용된 ‘반쪽 비즈니스’로 불렸다. 그러다 보니 추상적인 빅데이터 개념 수준에만 머물러 있어 사업 확장이 더뎠다는 평가 일색이다.
SK텔레콤과 신한카드가 빅데이터 사업에 새 진용을 구축하려 하는 데에는 1위 사업자라는 프리미엄 외에도 통신기술과 결제 기술 융합 없이는 제대로 된 빅데이터 정보 산출이 불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맹점 결제 정보를 가진 카드사는 구매금액 등 제한적인 정보를 산출할 수 있을 뿐, 누가 어떤 이동경로를 거쳐 어떤 품목을 단계적으로 구입했는지 세부 사항까지는 집적할 수 없다.
통신사 또한 쿠폰발급 등 제한적인 서비스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SK텔레콤과 신한카드 조합은 각 영역으로 쪼개져 있던 빅데이터 정보를 좀 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칠 영향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첫 시도는 공익형 사업을 공조하는 형태로 사업이 시작되지만 다양한 서비스 협력과 수익 사업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빅데이터가 보안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정보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 정보를 공유해 사용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당장의 구체적인 민간 협력 사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이번 1위 사업자 간 빅데이터 연합은 여러 모로 업계에 많은 화두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과 금융이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나 어떻게 시너지가 발현되는지 실험대가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가장 많은 이동통신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신한카드는 가장 많은 가맹점과 카드 발급 수를 자랑한다. 신한카드가 보유한 가맹 점수만 240만, 신용카드 발급 수 약 1870만여장이다. 1분기에만 34조원이 거래됐다. SK텔레콤 가입자와 신한카드 고객을 하나의 빅데이터 영역으로 묶게 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가동된다면 파괴력 있는 비즈니스 창출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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