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에 날씨까지…가전 전문유통사 2분기 사실상 역성장

상반기 가전유통시장이 세월호 사고 여파로 극도의 내수 침체를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하이마트·삼성디지털프라자·LG베스트샵·전자랜드 등 4개 메이저 가전유통사 모두 상반기 매출 성장률이 전년동기 성장률을 크게 밑돌아, 올 한해 국내 가전시장의 역성장까지 우려된다.

10일 전자신문이 업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주요 가전전문유통사 상반기 매출정보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삼성디지털프라자·LG베스트샵·전자랜드의 상반기 매출규모(이하 추정치)는 3조57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약 3% 확대에 그쳤다. 지난해는 4사 모두 상반기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기준 17% 성장을 달성했으며, 연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올 상반기 브랜드 혼매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매출은 1조8000억원과 27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8%와 4% 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 제품(통신기기 및 통신주변기기 제외)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LG베스트샵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 성장한 5700억원 전후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매출 1조원 돌파를 기대했던 삼성제품 전문 판매망인 디지털프라자는 약 930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6%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4사 모두 성장률 기준으로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부진한 성적표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부진 요인으로 세월호 사태와 월드컵 열기 냉각 등 소비심리 침체를 꼽는다. 유통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월호 충격 여파가 단기간에 수습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객 내방이 너무 줄었다”고 힘겨워했다. 여기에 날씨도 뒷받침되지 않아 에어컨과 제습기 판매도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에어컨과 제습기는 습하면서 더운 날씨가 오래 지속돼야 판매가 늘어난다.

업계는 2분기 기저효과로 3분기에는 매출이 늘어나겠지만 큰 폭 성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보인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5~6월 판촉행사를 하지 않은 여파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3분기부터는 반전을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어 시장이 살아날 것을 기대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고객이 찾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업체간 과당 경쟁 조짐도 나타난다는 반응이다. 제습기 경우 올해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가격 경쟁을 벌이는 업체가 크게 늘어난 반면 장마가 늦어지면서 수요는 늘고 있지 않아 가격 할인은 물론 ‘끼워 팔기’ ‘1+1’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나타나고 있다. 가전업체 한 관계자는 “제습기가 많이 팔리려면 며칠씩 비가 계속와 고온다습을 체감해야 한다”며 “업체들이 쌓이는 재고를 보고 경쟁적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