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가 바뀌면 산업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ICT연구센터(ITRC)·ICT융합센터는 ICT분야 전문 인력의 요람으로 차세대 방송·통신·자동차·조선 등 각종 융합 분야의 기술 사업화에도 빛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전자신문은 ICT를 기반으로 연구개발(R&D)에 앞장서는 ICT연구센터(ITRC)·ICT융합센터의 성공사례와 노하우를 시리즈로 소개해 공대 혁신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우리나라 대학 기술이 국제 표준을 이끈다. 한양대학교 HY-MC연구센터(센터장 최승원)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연구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양대가 연구하는 ‘B4G(Beyond 4th Generation)’ 분야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심화하는 데이터 폭발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과 함께 기존 네트워크 기술을 효율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으로 분리된 주파수를 활용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다. 무선 통신에 필요한 최소 기능을 하드웨어로 갖추되 주파수나 네트워크 인식 기능을 ‘소프트웨어 로딩’으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지국 장비 스스로 네트워크 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미래 스마트폰의 통신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도 전망된다. 현재 한양대가 주도해 유럽통신표준기구(ETSI)의 국제 표준으로 채택됐다. 대학 연구소가 인텔, LG전자,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제 표준 연구를 이끄는 셈이다.
이는 한양대가 앞서 무선 통신 스마트 안테나 시스템을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다.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Software Defined Radio, SDR)’ 기반 스마트 안테나 시스템을 오랫동안 연구한 한양대는 이 성과로 2009년 5월 싱가포르로부터 338만달러의 사업화 개발과제를 수주했다. 최근 싱가포르는 또다시 300만달러 상당의 과제 진행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2002년 6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한양대 HY- SDR 연구센터는 무선신호를 리모트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8년여 동안 16명의 교수와 연구원 700여명이 참여했고, 배출한 석·박사 인력만 270명에 이른다. 2009년 국가 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됐다.
최승원 센터장(전자공학부 교수)은 “처음에는 기지국 장비용으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수신 성능은 매우 뛰어난데 송신 속도에서는 문제가 있어 제대로 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반면에 수신 성능만 놓고 봤을 때는 독보적 기술이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스마트 안테나 기술로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단점만 인식했을 때는 ‘실패’라고 여겼던 기술이지만, 장점만 놓고 봤을 때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성과로 활용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이 기술은 계측기술이나 감청장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한번에 16대의 무선 장비 신호를 실시간으로 저장, 분석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스라엘, 영국, 스웨덴 약 4개 국가만 보유한 기술로 알려진다.
최승원 센터장
-현재 주력하는 연구는 무엇인가.
▲차세대 무선 통신 표준 인터페이스 연구다. 퀄컴이 독점하는 스마트폰 부품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인텔 등이 적극 지원한다. 현재 50~500m 수준인 스마트 안테나 도달거리를 2배 상당 늘리는 것도 연구한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점은 무엇인가.
▲회사도 운영하고 코스닥 상장도 해봤다. 사람이 남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 교수이기 때문에 외부에 취업이나 소개를 할 때 최고의 가치로 우리 연구원을 평가받게 하려고 노력한다. 농담 삼아 ‘공대 나와서 10년 안에 자산 10억원을 못 모으면 구속감이다’라고 말한다.
-ICT연구센터(ITRC)로 두 번이나 선정됐는데,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서 8년을 지원받았다. 매년 평가를 받았지만 장기 연구를 지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대학 연구소가 기업과 가장 다른 점은 국제 표준 연구나 첨단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일수록 막대한 이윤이 담보되지 않으면 미래 기술 연구를 하지 못한다. 임원 임기가 1년인데 누가 책임지고 장기 연구를 지원하겠나. 장기적 안목의 지원이 필요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