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민간 연료선택권 간섭 정책 버려야

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
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

환경부가 가스 연료 집착을 좀처럼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토부 경유 택시 허용 방침에 반발했던 환경부가 이제는 압축천연가스(CNG) 하이브리드 버스까지 들고 나와 내년 예산에 보조금 296억원을 요청했다. 엄청난 규모로 운영하던 버스 구입 보조금을 갑자기 중단하면 충전소 등 영세업체가 어려워지고 정부의 대기 환경 개선과 수출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환경부 주장이다. 환경부가 CNG, 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 연료만 고집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인수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NG 버스가 대기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환경부 주장은 일방적인 것이다. 건설·기계 등 비도로 이동 오염원이 경유차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며 도로 청소차 보급이 훨씬 더 경제적인 대안이고, CNG 버스의 구입 보조금 지원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 기획재정부 결론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 10여년 동안 CNG 버스 구입 보조금으로 쏟아부은 예산은 4500억원이 넘고 연료 구입비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 예산은 정확하게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LPG 택시에 지급하는 연료비 보조금만 해도 연간 7000억원이 넘는다.

가스 연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휘발유 공급이 넉넉하지 않았을 때 정유사 부산물인 LPG를 택시 연료로 사용하고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의 대기 환경 개선이 시급했을 때 CNG 버스를 도입한 것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가 정제한 휘발유가 남아돌아 외국으로 수출하는 형편이고 경유 버스 매연 문제도 기술적으로 해결됐다.

오히려 LPG 택시와 CNG 버스가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훨씬 더 심각한 오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떨어지는 자동차에 저탄소 협력금을 부과하겠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 환경부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CNG 버스의 구입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무엇보다 CNG 버스와 LPG 택시의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승객과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CNG 버스는 200기압 이상 고압 탱크를 사용한다. 이미 우리는 행당동 버스의 연료 탱크 폭발과 화곡동 차고지 화재 사고를 경험했다. 만약 차고지 화재에서 연료 탱크의 안전밸브 중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았더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앙이 벌어졌을 것이다. 교통이 혼잡한 도심이나 터널에서 CNG 버스나 LPG 택시가 폭발하는 재앙적인 사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유럽 유로 터널과 몽블랑 터널에서는 CNG 버스 통행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언제까지나 행운이 우리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환경부의 안이한 자세는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다. 동남아시아로 한정된 CNG 버스 수출도 자랑할 일이 아니다. 우리 자동차 제조사가 선진국 경유 시내버스 시장을 포기한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정부는 이제 민간의 연료 선택권까지 간섭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은 버려야 한다. 국민 안전도 연료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인정해야만 한다. 기재부와 산업부도 구시대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아까운 혈세로 명맥을 이어가는 알뜰주유소와 전자상거래, 가짜 석유 퇴출을 명분으로 내세운 주간 보고제는 하루빨리 포기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폐해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