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프로그램 속 가상기업 ‘무한상사’를 대학 안에 만들면 어떨까? 비(非) 이공계 학생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대학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실습기업을 만들어 인문사회계열 대학생의 역량 강화에 나섰다.

군산대학교(총장 나의균)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을 통해 인문사회계열 대학생들의 현장실습을 돕기 위해 ‘실습기업(PE:Practice Enterprise)’제도를 도입, 효과를 거뒀다고 13일 밝혔다.
현장실습은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역량을 습득할 수 있어 대표적 산학협력 교육으로 자리 잡았으나 실습 기업이나 기관에 따라 교육효과 편차가 크다. 또 교육효과가 크거나 체계적인 대기업일수록 대학생들에게 돌아갈 현장실습 기회가 적고, 인턴이기 때문에 실제로 맡는 업무도 단순하다.
군산대가 올해 상반기부터 도입한 실습기업 제도는 입사 전 실무교육을 받기위해 가상기업을 만들고,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업무 능력을 쌓는 교육방식이다.
1960년대 독일에서 처음 시작된 실습기업 수업은 처음에는 독일 통일 후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하지 않은 동독 주민 교육에 효과를 얻었다. 이후 해외에 확장돼 수천여 개의 실습기업이 만들어져 네트워크를 맺고 가상거래까지 진행하고 있다.
실습기업은 사업계획, 구매, 판매 등 기업 활동의 전 과정을 거의 그대로 반영해 시행한다. 학교 내 실습센터는 기업과 똑같은 사무실로 꾸며지며, 학생들은 임원부터 부장, 과장, 대리 등 다양한 직급과 회계, 인사, 재무 등 여러가지 업무를 체험한다. 직급과 업무는 학생들 스스로 평가와 조정을 거치며 바뀐다. 3학년이 부장을 맡을 수 있고, 4학년이 대리가 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운영하는 회사에는 가상의 회계지만 자본금이 주어지며, 이를 기반으로 다른 실습기업과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운영 실적에 따라 자본금의 증감이 이뤄지고 이를 통한 업무 평가도 가능하다. 심지어 업무 시간도 일반 기업과 똑같이 9시 출근, 6시 퇴근으로 이뤄진다.
간접체험의 단점은 기업 멘토링으로 보완했다. 실습 과정에서 비슷한 업무의 관련 기업의 임직원이 멘토로 참여해 업무지도를 하면서 가상과 실제가 어우러지는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군산대 실습기업 프로그램에는 인텔,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김동익 군산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최근 대기업이 채용에서 이공계를 선호하면서 인문사회계열 대학생은 현장실습 기회를 구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라며 “영어나 자격증, 학점보다 실제 직무능력 경험이 취업에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