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생태계 복원 시급하다]<하>제2벤처 붐을 위하여

[벤처생태계 복원 시급하다]<하>제2벤처 붐을 위하여

정부는 성장과 고용을 쌍끌이하는 벤처 활성화를 창조경제의 중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창조경제 출범 1년이 넘은 지금도 정책들이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5·15 대책, 올해 혁신 3개년 계획 등을 내놓았으나 성과는 너무나 미진하다. 겉돌고 있는 벤처 활성화 대안을 역사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제2 벤처 붐의 필요조건은 우리가 직접 이뤘던 2000년 당시 세계 최고의 벤처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고 충분조건은 연대보증과 교육혁신 그리고 정부개혁의 보완이 아닐까 한다.

우선 벤처생태계 복원 전략을 살펴보자.

2000년 대한민국이 민관 합동으로 이룩한 벤처 생태계는 창업을 뒷받침하는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특별법’, 투자 회수를 뒷받침하는 세계적 신금융 시장 ‘코스닥’과 중간 회수를 담당할 세계 최초의 ‘기술거래소’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데 2001년 미국 나스닥의 폭락을 시작으로 전 세계 신경제가 붕괴하면서 코스닥도 동일한 형태로 동반 폭락했다. 정부는 처방으로 △안정지향적 벤처인증제 △주식옵션의 규제강화 △코스닥과 코스피의 통합 △기술거래소의 통폐합이라는 소위 ‘벤처건전화 대책’을 내놓았고 그 결과는 10년의 벤처 빙하기 도래였다.

지금도 벤처산업이 한국 경제 성장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으나 만약 10년 벤처 빙하기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이스라엘을 훨씬 능가하는 세계적 벤처 대국이 됐을 것이다.

‘무늬만 벤처’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보증 기반 벤처인증제’는 고위험 고수익의 벤처 패러다임을 저위험 저수익으로 변질시켰다. 코스피와 통합된 코스닥에서는 연간 188개의 상장기업이 30개 수준으로 격감했다. 보수화된 벤처인증제와 코스닥은 결과적으로 스타 벤처들의 씨앗을 없앴다. 대부분의 1000억 매출 벤처들이 2002년 이전 창업기업들인 이유다. 주식옵션 규제는 벤처의 인재 등용을, 기술거래소의 통폐합은 엔젤투자가의 형성을 가로막았다.

피터 드러커 교수가 인정한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 국가가 OECD 최저의 기업가정신 국가로 전락하게 된 사유다.

이제라도 벤처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1차 벤처 정책을 복원해야 한다. 이스라엘보다 우리 경험이 더 소중하다. 1차 벤처 붐의 역사적 평가가 창조경제 정책 수립에 필요한 이유다.

두 번째로 충분조건인 보완 정책들을 살펴보자. 1차 벤처 붐의 가장 큰 교훈은 창업 안전망이다. 연간 3000개가 넘는 벤처가 창업되고 그 중 40%는 폐업을 하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후배들에게 준 교훈은 ‘벤처창업은 피하고 공무원 시험을 보라’는 것이었다. 건전한 벤처기업가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사회에는 혁신이 사라진다. 엔젤투자 시장의 활성화까지는 보편적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어서 사회의 혁신과 개인의 이익을 연결하는 선순환 기업가정신으로 국가가 도덕적 재무장을 해야 한다.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기업가들의 이미지가 창업을 저해하고 있다. 이미 선도국가들은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초중고부터 실시하고 있다. 국가 교육 시스템이 기업가정신 함양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제2 한강의기적을 위한 자산 축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제 중심의 정부를 개방과 공유의 정부로 혁신하는 것이다. 1차 한강의기적은 정부의 비대화를 초래해 이제는 한국의 아킬레스건이 됐다는 세월호가 준 교훈일 것이다. 사전 규제에서 사후 평가라는 탈규제의 정부 혁신이 너무나도 절실한 시점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벤처기업협회 초대회장 mhlees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