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연구기관 유치 때 재정 지원 못한다…개정 자치법이 걸림돌

개정 지방자치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연구기관·과학시설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개정 자치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시설 설립 유인책으로 활용했던 부지 제공과 재정 지원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앞으로 지방에 연구시설 등을 설립하려면 사업 추진 기관이 부지매입비 등 비용 일체를 부담해야 한다. 지자체가 연구시설 유치를 위해 부지를 무상 제공하거나 재정 일부를 지원하던 관행은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금지된다. 기존 사업에도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기로 해 사업비용 재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122조 3항은 국가가 행정기관 및 소속기관, 공공기관, 국가출연기관 등을 신설·확장·이전·운영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게 했다. 4항에서는 기관 입지 선정 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조건으로 하거나 입지 적합성 선정 항목으로 이용할 수 없게 못 박았다. 이를 피해 가려면 별도 법률에 지원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

지자체 부담이 금지되는 비용 범위에는 시설비와 부지매입비, 재료·장비구입비 등 관련 비용 전반이 포함됐다. 기존 사업에도 내년부터 이런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진행 중인 사업은 협약을 변경해 지자체 부담을 없애야 한다.

과거 지방에 대형 과학시설을 설립할 때 지자체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시설 건립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양성자가속기,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중입자가속기,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4세대방사광가속기 등은 모두 해당 지자체가 부지매입비와 사업비 일부를 부담한 사례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연구시설을 건립할 때 넘어야 할 비용 부담은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용 분담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 같은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협조를 구할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과학벨트 사업은 대전시와 중앙정부가 부지매입비 부담을 놓고 줄다리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2017년이던 사업 완료 시점이 4년이나 늦춰졌다. 예산을 마련해놓고도 집행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뒤따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