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계, `적합업종 60% 해제해달라`...동반성장 취지 사라지고 날선공방 예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품목별 날 선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올해 적합업종 지정 효력이 마무리되는 품목의 재지정 신청 접수결과, 중소기업은 전체 82개 품목 가운데 77개에서 재지정을 신청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은 50개 품목의 적합업종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소기업계는 기존 적합업종 가운데 93.9%의 지정 기간 연장을 신청했고, 대기업은 60.9%의 품목에 해지를 요구한 것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중소기업계의 적합업종 재지정 신청과 대기업의 해제 요구 모두 애초 예상보다 많다”고 말했다.

적합업종제도는 대·중소기업간 민간 자율합의로 지난 2011년 도입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나 재지정과 해제 요청을 보면 ‘동반성장’이라는 기본정신이 많이 퇴색했다는 평가다. 올 하반기 내내 적합업종을 두고 대·중소기업간 대립각은 더 날카로워 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82개 기존 적합업종 가운데 차량용 블랙박스, 김, 주차기, 유기계면 활성제, 기타 개폐와 보호관련 기기(낙뢰방지 시스템) 5개는 하반기 중 적합업종 지정이 자동 해제된다. 중소기업계에서 재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적합업종 재지정을 신청한 77개 품목은 다시 대기업과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특히 대기업이 적합업종에서 해제를 신청한 LED등(조명),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 두부, 장류, 순대, 탁주, 어묵 등 48개 품목은 치열한 공방이 예고됐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해제 신청 50건은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수준”이라며 “업종별 대응은 물론이고 범 중소기업계의 힘을 모아 적합업종 기본취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16일 중기중앙회에서 ‘적합업종 대책위원회’를 열고 후속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반면에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이 외국계 회사에 역차별을 받거나, 국가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효용을 제한하는 등 문제가 있는 품목은 해제가 바람직하다”며 “적합업종 지정 후 중소기업의 자구노력이 있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앞으로 적합업종 지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동반위는 재지정 신청 품목 77개를 대상으로 이달 하순부터 실태조사 등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지난달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실무위원회 차원에서 사전에 적합업종 해제 품목이 있는지 먼저 심의한다.

이후 중소기업·대기업 관계자, 공익위원 등 15명 안팎으로 구성된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자율합의를 진행한다. 합의가 불발되면 동반위 실무위 중재로 합의를 이끌어 적합업종 재지정을 확정짓는 방식이다. 재지정 기간은 중소기업의 자구 노력, 적합업종 적용 성과, 대기업의 이행 여부 등을 고려해 품목별로 3년 이내에서 차등 적용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