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이상한 검
6
휘이이 아틸라는 블레다의 손목을 감은 채찍을 더욱 옥죄었다. 블레다의 손목은 곧 댕강 날아갈 것이다.
“제왕이라는 분이 그깟 검 하나 때문에 죄 없는 훈의 전사를 이토록 처참하게 고문하다니요? 아군을 적군 대하듯이 하는 분이 과연 제왕 자격이 있겠습니까?”
아틸라의 시시각각 색깔이 달라지는 묘한 눈동자는 창공의 매보다 메서웠다. 그 눈빛을 받아내기도 사실 두려웠다. 블레다는 아틸라에게 한 힘을 내어준 채찍을 다시 찾아오려고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럴수록 손목의 살점이 떨어졌다.
“힘을 줄수록 손목만 날아갑니다.”
그러나 블레다의 고집은 힘을 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둘러싼 훈의 전사들을 향해 소리질렀다.
“우리 훈족은 본래 수 십 부족의 연합체이다. 그 수 십 부족들 중에 아틸라, 너의 부족은 그 근본을 알 수 없는 소수부족일 뿐이다. 나야말로 진짜 훈의 적통이다. 내가 적통이다. 그 황금검의 주인은 나다. 내가 훈 제국의 제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두 무례하게 조용했다. 아틸라는 적대적인 조용함을 틈타 블레다의 손목을 감은 채찍을 휘휘 소용돌이로 감아올렸다. 블레다의 손목은 채찍에 굳게 감겨, 잘린 모가지처럼 덜렁댔다. 아틸라는 블레다의 코앞까지 닥쳤다.
“적통이라 주장하는 루가 왕과 블레다 왕자님의 부족은 한(漢)나라의 개로 살지 않았습니까? 흉노의 왕, 호얀아 선우는 자기가 살고자 한나라에 투항까지 하였으며 또한 한나라의 여자를 왕비로 삼았거늘, 그 왕비 또한 한나라 왕이 품던 여자라면서요?”
블레다는 불길에 그을리는 들개처럼 온몸을 헝클어댔다. 그는 그대로 아틸라를 밀어붙이며 아틸라를 뒤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자신도 아틸라 위에 함께 넘어지며 남은 채찍으로 빠르게 아틸라의 목을 쟁였다. 블레다의 손목도 아틸라의 목도 피가 흥건했다.
“그따위 볼품없는 체구로 덤비다니?”
블레다의 채찍은 굶주린 짐승이 되어 아틸라를 먹어갔다. 그러나 아틸라의 눈빛은 변함없이 쨍쨍했다. 순간 아틸라는 들었다. 그 옛날 믁특 선우의 명적이 효시가 되어 우는 소리를 들었다. 블레다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휘이이.”
침실을 달리는 살기가 휘파람소리를 내고 있었다. 미사흔은 이미 구겨진 유서의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절대 움직이지 마십시오. 저 검은 왕자님의 골을 갈라놓을 것입니다.”
에첼의 음성은 오히려 굳세어져 있었다.
한 번 붙잡은 목숨은 절대 살려보내지 않는다는 암기는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고 점점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보다 더 빠른 그보다 더 힘찬 빛이 참지못하고 난리를 내고 있었다. 능라에 겹겹이 감춰진 황금검이 번쩍번쩍 빛을 내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써 나의 목숨을 거두려는가?”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