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화질(UHD) TV가 시장 주류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고화질(HD) TV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 샤프 등 대기업 대형모델도 투매 수준인 절반 이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은 삼성전자 60인치 이상 풀HD(1920×1080)급 TV를 절반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4299달러에 팔리던 75인치 LED 스마트 TV(모델명 UN75H6350)는 1950달러로 가격을 55% 내렸으며, 3D 기능이 더해진 60인치 LED 스마트 TV(모델명 UN60F7500)는 3399달러에서 56% 내린 1520달러에 내놓았다. 이들 모델은 14일 오전 현재 아마존의 60인치 이상 32개 제품 중 각각 인기도 3위와 6위에 올라있다.
다른 업체 제품도 마찬가지다. 일본 샤프는 60인치 풀HD LED 스마트 TV를 52% 할인한 870달러(약 90만원)에 내놓았다. 2499달러였던 70인치 모델은 890달러에, 4999달러였던 80인치 모델은 69% 할인한 15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시작된 아마존의 대형 TV 할인행사는 삼성전자와 샤프 제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던 이들 풀HD 제품이 ‘떨이’로 나온 배경으로는 UHD TV로 인한 풀HD TV 재고 증가가 지목된다. 세계 1위 TV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2012년까지 UHD TV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다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UHD TV 마케팅을 벌이며 TV 시장이 빠르게 UHD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지난해 CES에서 공개적으로 “UHD는 콘텐츠가 부족해 시기상조”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UHD TV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풀HD TV의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UHD TV 판매량은 1267만대로 지난해보다 6배 이상 급성장하며, 매출 비중도 올해 1.5%에서 2016년 32.8%까지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확산에 10년 걸린 풀HD TV보다 2배 빠른 속도로 보급 중인 UHD TV를 주력으로 밀어야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풀HD TV 재고를 밀어내야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도 올해 판매되는 UHD TV 중 40인치대 비중을 52%로 예상하는 등 업계는 전 모델에서 풀HD TV 재고를 털어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TV 제조사 관계자는 “UHD가 TV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지만 풀HD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의 수요도 많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풀HD 밀어내기’가 시작되면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