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국제협약을 바꿔가면서까지 ‘자율주행차’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46년 묵은 비엔나 도로교통협약을 수정해 일반도로에서도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자율주행차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규제 탓에 이미 개발한 기술조차 써먹지 못하는 실정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UN 도로교통에 관한 비엔나 협약(비엔나 협약)이 수정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 길이 열렸다. 1968년 처음 체결된 비엔나 협약에서는 ‘운전자가 항상 차량을 제어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변경된 협약에서는 ‘운전자의 제어가 가능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을 허용했다. 운전자 탑승을 조건으로 손과 발을 떼고도 차량 운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협약 수정으로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대부분의 국가와 러시아 등 72개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주행과 상용화가 가능하게 됐다.
미국은 2011년 네바다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와 미시건, 플로리다 주가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허가했고 22개 주가 추가로 관련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등 자율주행차에 가장 빠른 대응을 보였다.
유럽에서는 지난해까지 영국만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을 뿐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적 대응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다급해진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자동차 제조사를 둔 국가들이 이번 협약 수정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비엔나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이번 협약 수정이 미치는 영향은 없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규제를 풀지 않으면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관리법에서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운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차에서 손과 발을 떼는 것은 시속 12㎞ 이하인 주차보조시스템을 가동할 때에만 허용된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 및 부품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도로테스트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 등 IT 업체와 다임러, 폴크스바겐, BMW, 아우디 등 세계적 자동차 업체가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2020년을 전후해 상용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엔나 협약이 수정되면서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우리나라도 서둘러 제도적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