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여사의 여행칼럼] 지구촌 땅끝마을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우수아이아 찾아가기

세상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 도심 광장에 가면 USHUAIA fin del mundo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바로 만나게 된다. 세상의 끝이라는 뜻이다. 지구의 끝에 있는 도시인 만큼 가기도 참 까다로운 곳이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아르헨티나에 속한 땅인데도 불구하고 육로로 가려면 칠레를 거쳐서 가야 한다. 아르헨티나 땅인데도 버스 타고 가려면 칠레국경을 두 번이나 거쳐야 하니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쉽게 가기 힘든 곳이다. 비행기조차도 항공사들이 자주 가는 노선이 아닌데다 결항이나 지연을 수시로 하는 지역이라, 내게 맞는 항공좌석을 구입하려면 여러 경로를 알아봐야 갈수 있는 곳이다.

이미지 : 구글 맵스 캡처
이미지 : 구글 맵스 캡처

내가 우수아이아를 찾았을 때의 상황이, 푼타아레나스에서 버스타고 칠레국경을 넘어서 어렵사리 들어온데다 목적한 파타고니아트래킹을 완료한 시점이라 푹 쉬고 싶었던 때였다. 거기다 반갑게도 지구의 땅끝마을에 한국인민박이 있는게 아닌가? 우수아이아에 한국인이 하는 민박이 있다니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다. 택시타고 Vivero los Coreanos 가자고 하면 택시기사들은 거의 다 아는 한국인농장 그 농장을 일구고 민박을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다빈이네 많은 사연과 시련을 거치고 살아온 다빈이 엄마는 한국인의 정스러움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분이다. 다빈이네에 들어선 순간 집에 온 느낌이 들어서 나는 예정에도 없이 6일을 묵게 되었다. 지구촌끝에서 고향을 느끼다니 참 감동스런 일이다. 여행자기준으로 볼 때 그다지 볼거리가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6일이나 머무는 동안 강렬한 추억을 간직한 이유는 그 먼 이국땅에서 발견한 내고향 한국의 발자취때문이지 않나 싶다.

사진 : 허여사 / 아르헨티나 땅끝마을 우수아이아 다빈이네 농장 사진
사진 : 허여사 / 아르헨티나 땅끝마을 우수아이아 다빈이네 농장 사진

우수아이아에서 뭐할까?

우수아이아라는 곳은 지구촌 땅끝마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찾아갈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 먼 곳까지 힘들게 갔으니 볼거리는 보고, 할 것은 하고, 먹을 건 먹어야 하지 않을까? 우수아이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투어는 비글해협투어가 있다. 비글해협 투어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펭귄을 보러가는 체험인데, 이 경우 몇 가지 옵션이 있어서 옵션내용을 잘 보고 선택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펭귄섬에 내리는지의 여부이다.

사진 : 허여사 / 비글해협 펭귄들
사진 : 허여사 / 비글해협 펭귄들

펭귄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섬에 내려서 보는 것이 정상이지만 펭귄을 보호하는 차원에 섬에 내리는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펭귄섬에 내리는 인원은 최대 15명으로 제한하고 머무는 시간도 한 시간밖에는 머물 수가 없다. 투어횟수도 하루에 제한적으로 운영하는거라 펭귄섬방문 투어를 하려면 서둘러 신청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이 투어에 끼게 되어서 펭귄을 가까이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펭귄의 생태를 가까이서 보고 심지어는 펭귄이 내게 다가와서 기웃거리기까지 하니 그 즐거움이 크지 않을 수가 없다. 펭귄섬의 주인은 펭귄인지라, 사람들은 절대로 그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되는 것이 규칙이다. 펭귄을 만져서도 안되고 정해진 경로를 이탈해서도 안되고 펭귄에게 먹이를 줘서도 안 된다. 15명밖에 되지 않는 인원이 내려선 관계로 섬에선 우리가 오히려 펭귄의 구경거리가 되어서 펭귄은 수시로 우리한테 다가와 다리를 건드리기도 하고 빤히 쳐다보기도 한다.

사진 : 허여사 / 비글해협 펭귄들,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사진 : 허여사 / 비글해협 펭귄들,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펭귄섬에 내리지 않는 투어도 역시 다양하고 알찬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비록 섬에 내리지는 못해도 펭귄을 가까이 볼 수 있게 접근해 주고 영화 해피투게더에 나왔던 등대도 구경시켜주고 비글해협 선상에서 우수아이아의 설산을 감상하면서 선상투어를 즐기게 해준다. 내리던 못내리던…비글해협 투어는 우수아이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임을 잊지 말자.

트래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에스메랄다 호수 트래킹도 추천할말 하다. 5시간정도의 트래킹 코스로 호수경치도 아름답지만 빙하언저리까지 접근이 가능한 트래킹이니 파타고니아 트래킹의 즐거움을 우수아이아에서 맛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수아이아를 찾았던 여행자들에게 경치좋은 곳을 꼽으라면 에스메랄다를 첫 번째로 꼽을 정도니 트래킹을 즐기는 여행자들이라면 에스메랄다 호수 트래킹을 놓치지 말자.

사진 : 허여사 / Tierra del Fuego National Park 전경
사진 : 허여사 / Tierra del Fuego National Park 전경

그 다음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국립공원(Tierra del Fuego National Park)이 있다. Tierra del Fuego라는 말은 불의 땅이라는 뜻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연중 눈이 오는 날이 더 많은 이 땅이 불의 땅이라는 말이 붙은 어원은 마젤란이 이 땅을 발견하던 시절 원주민들이 불 피우던 모습을 보고 연기의 땅이라고 부른데서 기원한다. 연기의 땅은 이후 불의 땅으로 불리고 우수아이아를 비롯한 남단군도를 이렇게 통칭하게 된 것이다.

사진 : 허여사 / 우수아이아의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
사진 : 허여사 / 우수아이아의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

국립공원산책은 걷는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3시간에서 5시간정도면 대략 돌아보게 된다. 우수아이아 시내에서 가는 투어버스가 있는데 왕복으로 표를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해안을 따라 산책하는 내내 경치에 감탄하고 청정한 자연에 취하게 된다. 그 외에도 남극으로 떠나는 크루즈투어가 있다. 11일동안 5천불이상 지불하는 크루즈 여행인데 우수아이아 투어회사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사진 : 허여사 / 100년 넘은 빵집이자 식당인 Ramos
사진 : 허여사 / 100년 넘은 빵집이자 식당인 Ramos

우수아이아에서 뭘 먹을까?

우수아이아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빵집이자 식당이 있다. 1906년에 생겼으니 백년이 넘은 빵집이다. 입구에는 Ramos Generales라는 간판외에 박물관이라는 뜻의 MUSEO라고 쓰인 문패가 같이 붙어있다. 말그대로 박물관식당이자 빵집이다. 음식맛도 일품이지만 구석구석 박물관의 면모가 보여서 식당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수아이아에 머무는 동안 거의 매일같이 들러서 빵도 사고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신 곳이다.

그 외에도 항구 도시답게 해산물요리를 하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La Mesita de Almanza, Kalma Resto, Maria Lola 등이 상위순위를 차지하는 레스토랑들인데, 우수아이아에서 오래 머무는 경우가 아니라면 La Mesita de Almanza의 해산물요리를 권하는 바이다. 해산물 외에도 아르헨티나식 바비큐인 아사도와 남미식 만두인 엠빠나다도 우리 입에 맞는 요리이니 시도해 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 : 허여사 / 100년 넘은 빵집이자 식당인 Ramos 내부 전경
사진 : 허여사 / 100년 넘은 빵집이자 식당인 Ramos 내부 전경

우수아이아 숙소찾기

사실 숙소에 있어서 주관적으로 추천할 다양한 정보는 없다. 난 우수아이아에 머무는 내내 다빈이네에서 민박을 했으니깐 말이다. 한국인이라면 우수아이아에서 다빈이네만큼 나은 숙소를 구하긴 어려울 것이다. 부엌을 갖추고 있어서 간단한 취사가 가능하고 옆집아줌마 같은 다빈이엄마가 있어서 낯설지 않으니 말이다. 교통편에 대한 정보를 주기도 하고 투어티켓 등을 할인가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내가 머무는 동안 다빈이엄마가 재료나 음식을 주기도 했고 내가 한 음식을 나눠먹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먼 땅에서 한국의 인심을 나눈 추억은 우수아이아의 경치만큼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사진 : 허여사 / 우수아이아 거리 전경
사진 : 허여사 / 우수아이아 거리 전경

하지만 다빈이네 숙소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넉넉치 못해서 빈방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럴때는 현지인들이 하는 민박 게스트하우스 호텔 리조트 등 선택이 다양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여행자들의 리뷰에 따른 추천숙소로는 Tierra de Leyendas, Arakur Ushuaia Resort & Spa, Hosteria Valle Frio등이 순위에 있다.

지구촌 땅끝마을 우수아이아, 여름에 찾아간 땅이었음에도 우수아이아는 비오고 춥고 바람부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펭귄과 함께한 추억과 백 년이 넘은 맛을 간직한 빵집에서 먹었던 따뜻한 스프와 맛있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구석구석 이쁘고 정감있게 장식해 놓은 거리의 가게들 추운 땅에서 남은 건 따뜻한 기억들이 더 많다. 떠나는 날 비행기에서 내려본 우수아이아는 설산을 배경으로 호수 같은 비글 해협을 안고 있는 아름다운 성이었다. 요즘 유난히 더운 한국의 여름날 먼 땅 우수아이아의 시원한 여름날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다.

글 여행칼럼니스트 허여사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