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이 3세대로 경영권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최근 주가 상승, 이미지 상승세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에 그룹의 차세대 ‘얼굴’로 꼽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력회사의 실적악화·신사업 부진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이 대표로 있는 호텔신라 주가는 최근 1991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10만원대를 넘어섰다. 시가총액도 4조원을 돌파하면서 새삼 부친을 빼닮은 그의 경영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사장은 아버지(이건희 회장)를 닮은 추진력으로 대표 여성 CEO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 매장을 입점시켰다. 이 사장이 직접 나서 세계 각국의 공항 면세점을 일일이 벤치마킹하면서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호텔신라는 2011년 김포공항 면세점, 최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에 잇달아 진출하는 등 글로벌 ‘탑3’ 면세점 업체로 도약했다.
호텔업의 혁신도 진두지휘했다. 서울신라호텔에 대한 리노베이션을 단행해 작년 8월 새로 문을 열었다. 작년 11월 동탄에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를 개관한 이후 2016년까지 10개의 신라스테이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호텔신라 매출은 2010년 1조452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조2970억원으로 58% 급증했다.
인간적 면모도 이 사장의 인기를 배가시켰다. 연초 실수로 호텔신라 정문을 들이받은 택시기사에게 4억원이 넘는 배상의무를 면책해 준 일화가 알려지며 인터넷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네티즌의 호평을 얻었다. 그룹 상속·후계와 관련해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장은 나름대로의 역할과 이미지를 키워왔다는 평가다.
반면에 업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고민이 많은 시기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로 손꼽힌다. 삼성SDS의 상장을 포함해 최근 나타난 그룹 계열사 간 지분 이동이나 사업구조 개편은 모두 그의 그룹 내 위상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전폭적 ‘킹 메이킹’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우선, 이 부회장이 소속된 그룹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뼈아프다.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 속에 전년 동기 대비 24%나 급감해 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어닝 쇼크’ 수준이다.
이 부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 5대 신수종 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은 2010년 태양광, 자동차용 이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사업성과로 내세울 것은 부족하다.
‘주요사업에서 여러 중요 역할을 맡는다’는 삼성 측 설명과 달리 이 부회장은 최근 수년간 특정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외신을 포함해 이 부회장이 향후 거대 삼성그룹을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걷히지 않고 있다.
재계는 아직 여지는 남아 있지만 향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전자와 금융을 총괄하고 이 사장이 화학·호텔 등을, 동생인 이서현 사장이 패션·제일기획 등 미디어를 총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변화가 속도를 낼수록 3세 경영인 간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도보다 촘촘히 진행될 전망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