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식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원전 내 임시저장했다가 중간저장하고 이를 재처리하거나 영구처분하는 것이다. 물론 중간저장 방식이 습식이냐 건식이냐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습식은 부지 면적이 작고 연료검사도 가능하고 건식은 시설용량을 쉽게 늘릴 수 있고 작업자 피폭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방식은 제한적이다. 한미 원자력협정으로 인해 재처리는 불가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2020년까지 건식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연구단계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까지 원자력을 무기화할 수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주변국에서 두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중간저장을 거쳐 인간 생활과 완전 격리하는 영구처분이 답이다. 정부가 모델로 삼은 영국이나 캐나다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국 땅 속 깊은 곳에 묻는 심지층 처분 방식을 택했다.
최근 방한한 프랭크 본 히펠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도 “재처리 방식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은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니다”며 “한국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식은 심지층 처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영구처분 방안을 채택할 경우 검토 가능한 관리방식은 3가지다. 우선 심지층 처분방식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용기에 넣고 지하 500~1000m 깊이의 땅 속에 묻는 것이다. 사람과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처분하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기술적으로 가장 안정됐다는 평가다.
다음은 초장심도 처분 방식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용기에 넣고 지하 3~5㎞ 깊이의 암반층에 구멍을 뚫어 처분한다. 아직 기술 개발이 더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 우리가 영구처분할 때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심지층과 초장심도 처분방식을 병행하는 것이다. 부지 여건에 따라 땅 깊은 곳에 파묻거나 더 깊은 암반에 구멍을 뚫어 처분하는 방식을 모두 채택하는 방법이다.
원자력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몇 개 없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