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제재놓고 금감원 지지부진…결정 못하고 ‘장고’만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이 지지부진하다.

주요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 대규모 제재가 언급된 후 한달이 지나도록 KB에 대한 제재는 물론이고 다른 금융사에 대한 굵직한 징계 건이 하나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엄포만 놓고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벌어진 지주와 은행간 교체갈등, 은행의 도쿄지점 부당대출, KB국민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했지만 제재 수위를 확정하지 못했다. 오는 24일 다시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이달 중 최종 제재가 확정될 것인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제재심의위 가장 큰 안건인 KB금융에 대한 내용은 이미 수차례나 결론이 유보된 바 있다. 지난달 26일과 이달 3일에 이어 이날까지 회의를 진행했지만 대부분 금감원 검사결과와 징계 대상자의 소명내용을 청취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KB관련 제재심의가 부진하면서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도 함께 미뤄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징계를 예고하며 엄포를 놓았지만 감사원, 공정위가 관련 건에 개입하면서 금융당국이 단호한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인사와 조직관리 대응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금융당국의 무능 검사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징계 대상으로 언급되는 주요 인사 가운데 다수가 직을 잃을 정도의 중징계는 피할 것이란 이야기도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히 나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차주 24일 제재심의위를 다시 연다. 이날 최종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을 지가 관심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급적 빨리 KB금융 관련 건에 대한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제재 결정은 위원회 의결 사안으로 시기를 확정해 못박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하나은행의 KT ENS 관련 부실대출, 개인정보유출 건 등은 다음 달 제재심의위로 이월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