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최저소비 효율제도가 시행된 지 3년째 접어들었지만 제조업체의 편법 운영과 정부 관리 소홀로 여전히 효율이 떨어지는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변압기 최저소비 효율제도는 송변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준에 미달되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일부 변압기 업체가 표시 효율보다 실제 효율이 떨어지는 제품을 생산해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에서는 전기연구원과 같은 시험기관에 효율 검사를 받은 후 해당 자료만 주무기관에 제출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시험 제품과 실제 판매 제품이 달라도 정부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정책 수립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최저소비 효율제도를 주관하는 산업부가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편법 운영을 부추기고 있다.
변압기는 배전 단계서만 전국에 약 200만대가 가동 중이다. 변압기로 인한 송·변전 손실량만 해도 최저효율제 시행 이전인 2011년 기준 1743만332㎿h에 달했다. 원전 2기가 1년 내내 생산하는 전력량과 맞먹을 정도다.
사후 관리가 어려운 것은 변압기 생산 방식 때문이다. 변압기는 일반 전기제품과 달리 대부분 주문자 생산방식 형태로 제작해 공급된다. 사전에 제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샘플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다. 공단에서 요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효율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면 문제될 게 없는 구조다. 업체는 이런 상황을 악용해 편법으로 제작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인증도 업체가 직접 시험기관의 테스트를 거쳐 공단에 신고만 하면 되니 인증용 제품만 제대로 만들면 문제될 게 없다. 업체가 인증받은 후 실제 판매는 저효율 제품으로 해도 이를 확인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굳이 효율에 맞춘 제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압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기자재를 써야 하기에 원가 부담이 커진다”며 “최저소비 효율제 시행으로 가격이 올라 예전 방식대로 만들면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변압기가 주문생산이다 보니 공단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공단이 조달청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압기 최저 소비효율제=2012년 7월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변압기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변압기를 통해 손실되는 전력을 줄여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자는 목적으로 시행 중이다. 에너지 효율기준에 미달되는 저효율 제품을 생산·판매할 경우 최고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