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디젤에서 다수가 동의하는 점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바깥에서는 여느 디젤차와 마찬가지로 덜덜거리는 특유의 소리가 난다. 그러나 승차 후 문을 닫으면 그걸로 끝이다. 조금도 과장 없이, 소리와 진동을 느끼기 어렵다. 힘차게 달릴 때도 마찬가지다. 힘이라는 디젤의 장점은 흡수하면서 소리·진동이라는 단점은 버렸다. 이것은 지난 3월 쉐보레 말리부 디젤을 시승하면서도 느꼈던 점이다. 이제 국산이든 수입이든 ‘멀미’ 때문에 디젤차를 못 산다는 말은 할 수 없게 됐다.
그랜저 디젤은 잘 달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80㎞에 이르는 초반에 힘차게 뻗어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시속 80㎞에서 150㎞에 이르는 고속 구간에서도 꼭 알맞은 만큼의 힘을 전해준다. 시속 150~200㎞ 구간에서는 큰 감동을 주지 못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말리부 디젤과 비교하자면, 그랜저 디젤이 조금 더 잘 달린다는 느낌이다. 2000만원대와 3000만원대라는 가격 차이와 함께, 156마력·35.8㎏·m(말리부 디젤)과 202마력·45.0㎏·m(그랜저 디젤)이라는 엔진 차이도 이 같은 주행성능의 차이를 만들었다.
디젤차를 이야기할 때 연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랜저 디젤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4.0㎞/ℓ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타이어가 17인치일 때 14.0㎞/ℓ, 18인치일 때 13.8㎞/ℓ다. 기자가 시승한 차는 후자다. 시승 초반, 시속 80㎞로 정속 주행했을 때 14.4㎞/ℓ가 나왔다. 훌륭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속도를 높여나가자 연비는 11~12㎞/ℓ대를 오르내렸다. 시속 150㎞ 후반대로 주행하자 일시적으로 9.7㎞/ℓ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종 평균연비는 12.0㎞/ℓ. 복합연비 13.3㎞/ℓ인 말리부 디젤이 한계령을 오를 때 평균연비가 12.0㎞/ℓ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랜저 디젤 평균연비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다.
차 길이와 무게 등이 비슷한 BMW 520d 복합연비가 16.9㎞/ℓ인 점을 감안하면 그랜저 디젤이 최소한 연비 부분에서 가야할 길은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