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네트워크 기술 분야 최대 화두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등 가상화 기반 신기술이다. 비용 절감과 비즈니스 민첩성, 관리 용이성 등 다양한 장점을 겨냥해 통신사와 기업의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SDN과 NFV가 네크워크 산업을 뒤바꿀 ‘파괴적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해외와 달리 국내는 여전히 연구개발(R&D)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통신 기술을 갖추고도 가상화 분야에서는 뒤처진 이유와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방안을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SDN과 NFV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기존 네트워크 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기술이다. SDN은 중앙화한 소프트웨어로 여러 장비를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개념. NFV는 전통적 네트워크 장비 기능을 범용 장비(x86서버 등)에서 제공하는 개념이다. 두 기술 모두 가상화 기술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네트워크 산업은 특정 제조사가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제공하기 때문에 해당 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폐쇄적 구조다.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와 분리하면 사용자 필요에 따라 환경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도입할 수 있다. 원하는 기능의 추가와 삭제가 불가능했던 피처폰과 자유롭게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차이와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가상화를 사용하면 네트워크 소유권이 제조사에서 고객사로 이전된다. 기존 장비는 더 이상 ‘블랙박스’가 아닌 ‘화이트박스’가 된다. 고객은 입맛에 따라 기능을 개발하고 추가할 수 있다. SDN의 경우 ‘오픈플로’라는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해 다양한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통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즈니스 민첩성이 높아진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때 제조사에 요청하면 코드 수정부터 테스트까지 6개월 이상, 서비스 출시까지는 1년이 걸린다. 리눅스를 사용하듯이 원하는 기능을 그때그때 고객이 개발하면 기업 경쟁력은 한층 높아진다.
네트워크 트래픽 폭주 등 유사시에도 지능형 소프트웨어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구글이다.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7%가 구글과 유튜브에서 발생한다. 트래픽 폭증, 관리 복잡성 해결 방안을 고민하던 구글은 2012년 세계 13개 거점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G스케일’ 망을 SDN 기반으로 전면 전환했다. 그 결과 네트워크 회선 활용도가 95% 높아졌다.
구글 외에도 페이스북과 아마존, AT&T, 버라이즌, 도이치텔레콤, NTT도코모 등 글로벌 기업과 통신사가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일본은 범정부망에 SDN 기술을 도입한 데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 때도 SDN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NFV 기술로 범용 장비에서 네트워크 기능을 제공하는 사례는 SDN보다 훨씬 많다.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는 “구글은 이미 2년 전 데이터센터 간 연결망에 가상화 기술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각 데이터센터 내부 망에도 적용했다”며 “상당한 글로벌 기업들이 SDN과 NFV를 이미 상용화했고 적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상용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존 네트워크 방식과 SDN 비교 자료:SDN 입문(서영석·이미주 공저)>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