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150여명 "과학기술·창조경제 흔들린다"…과학 경시 교육 풍조도 비판

중진 과학자들이 국정 중심에서 과학기술이 밀려나는 현실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반(反) 과학기술 정서 확산을 부추기는 문·이과 구분을 폐지하고 ‘모든 학생을 위한 과학교육’을 실현하라고 요구했다.

과학기술포럼(이사장 김시중)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인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제200회 월례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결의문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한 과학기술포럼 선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과학기술이 국정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창조경제도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경쟁력이 흔들리고 국민 안전과 행복도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조직에 확실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없고 창조경제를 부르짖으면서도 과학기술은 도외시하고 있는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 경시 풍조를 심화시키는 교육 정책에도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심각한 반 과학기술 정서의 확산을 부추기는 문·이과 구분을 폐지하라”며 “모든 학생을 위한 과학 교육을 실현함으로써 누구나 현대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교육부가 검토 중인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안’에 과학 교육을 축소하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계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대학교육에 대해서도 “기초과학 인재 양성을 말살하는 현재 의약학계 대학교육 제도는 조속히 바뀌어야 한다”며 이공계 교육을 재검토하고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마련과 과학기술인의 국정 참여 강화 △관리 중심 과학정책을 지원 중심으로 전환 △장기 역량 강화를 위한 기초연구 강화 등을 요구했다.

김시중 과학기술포럼 이사장은 “오늘날 과학교육 체제로 미래의 훌륭한 과학기술인을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래에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그리 행복하지도 않고 나라 발전에 대한 사명감도 느끼기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과학기술 전담 부서가 약화되고 거버넌스도 축소됐다”며 “하루 속히 긍정적인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참석해 ‘과학기술로 커지는 국민행복’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권오갑 한국기술경영연구원장이 좌장을 맡고, 송하중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가 ‘우리의 과학기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가 ‘우리의 과학기술, 어디로 가야하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