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왜 꼭 TV여야 돼?…비 TV업체의 반란 `통했다`

TV는 왜 꼭 TV여야 돼?…비 TV업체의 반란 `통했다`

TV가 주력이 아닌 삼보컴퓨터와 인켈이 대기업이 장악한 대형 인치대 TV시장에서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셋톱박스 보급 확대로 TV가 아닌 모니터로 TV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시장에 먹혀들었다. 이들의 전략은 대기업도 견제가 쉽지 않아 TV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PC와 오디오를 주력으로 하는 삼보컴퓨터와 인켈이 초대형 ‘모니터(디스플레이)’로 침체기인 TV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빅 디스플레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70인치 제품을 지난해 말 선보였다. 이렇다할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매달 300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며 6개월여 만인 지난달 2000대 판매를 넘어섰다. 회사가 당초 세웠던 목표치를 초과했다. 특히 출시 초반에는 일반 가정에만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병원·찜질방·호텔·교회 등 B2B시장으로 판매가 확대하고 있어 회사는 수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제품은 현재 인터넷 쇼핑몰을 주력으로 오프라인에서는 대형마트 한 곳(코스트코)에서만 판매한다. 회사는 TV로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TV튠즈(www.tgtunes.co.kr)라는 오픈마켓형 콘텐츠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자체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인켈도 지난 5월 50인치 초고화질(UHD) 모니터를 출시한 가운데 최근 하루 평균 20대가량 판매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대규모 마케팅을 하지 않은 상태로 초반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입소문과 함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두 회사 제품이 주목 받는 데에는 가격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삼보 70인치 모니터는 200만원대(276만~299만원, 인터넷 기준)이고 인켈 50인치 모니터는 100만원대 초반(129만원)이다. 시장을 주도하는 대기업 제품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대부분의 가정에 셋톱박스가 보급돼 있어 사실상 TV로 활용하는데 부담이 없자, 저렴한 가격대에서 대형 TV를 찾는 고객의 관심 끌기에 성공했다. 이홍선 삼보컴퓨터 대표는 “교육·예술·엔터테인먼트 등 많은 분야에서 영상 콘텐츠의 활용이 급증하면서 이를 보다 실감나게 즐기고 싶은 고객 요구가 수요의 원동력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삼보컴퓨터는 판매 호조에 맞춰 더 큰 인치 제품으로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대기업의 대응이다. 50인치 이상은 사실상 프리미엄 시장으로 그동안 대기업 제품이 장악해 왔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을 메리트로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이들 업체를 경계해야 하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LG가 삼보나 인켈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다면 결국 자사 제품과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며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TV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TV를 대체하는 모니터가 TV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