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가 글로벌 콜센터 붕괴시킨다?

[테크홀릭] 지난 2008년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에서 주인공 자말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고아 소년이었다. 그가 생계를 위해 할 수 있었던 직업은 현실적으로 인도에서 많지 않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영국과 미국 기업 아웃소싱을 하는 콜센터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생계를 해결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어릴 적 헤어진 운명적인 미소녀를 만나기 위해 퀴즈쇼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클라우드가 글로벌 콜센터 붕괴시킨다?

“잊은 적 없어. 한순간도. 언젠간 꼭 널 찾게 될 것이라 믿었어. 그게 우리 운명이야.”라는 인상적인 대사와 함께 이 영화에서 고객과 감정을 교류하며 대화를 나누던 배경이 된 콜센터는 이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클라우드가 글로벌 콜센터 붕괴시킨다?

◇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속 기계학습=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에 ‘올인’하기로 결정한 직후 기존 윈도 애저라는 클라우드 서비스 명칭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로 바꾸고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클라우드가 글로벌 콜센터 붕괴시킨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보면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 쉽고 간단하며 드래그&드롭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설명하는 기계 학습은 이런 분야에 쓰일 수 있다.

랭킹. 웹 검색 결과 중 고객의 원하는 바에 맞는 링크를 상위에 배치

특정 이메일이 스팸 메일이 아닌지 맞는지 판단하고

고객이 특정 상품을 어느 가격이면 구매할지를 예측

이는 기계학습이 인공지능 분야 발달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발전으로 인해 일반 기업과 앱 개발자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계학습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미 구글 광고 등에 간단하게나마 적용된 예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다. 만일 구글이나 임의 사이트에서 ‘런던 여행’을 검색했다면 신문사 사이트 등 각종 사이트에서 여행 상품과 런던 여행 상품이 무차별적으로 도배될 것이다.

이는 클릭율을 높이기 위한 기법으로 상품 검색과 현재 구글이나 지메일 고객이 휴가를 앞두고 있는지, 월차를 쓰려는지 등 각종 정보를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해 광고의 성공적인 전달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구글은 고객의 G메일을 엿보지는 않지만 기계학습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알고리즘으로 배너 광고와 연동,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 기계학습 클라우드 사용 가격이 저렴해지고 대중화된다면 개인의 삶은 좀더 풍요로워지고 필요 없는 낚시성 검색어 등은 웹 브라우저에 내장된 스팸 필터를 통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규모의 경제 달성으로 아마존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이 시장 확대를 하면서 가격은 이와 반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만일 기계학습 콜센터 프로그램의 시간당 비용이 인도와 필리핀 콜센터 인건비보다 저렴해진다면 콜센터 글로벌 아웃소싱은 완전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영어권 저개발 국가의 경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콜센터 산업 붕괴는 단순하게 무역 수지 불균형 문제가 아닌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오게 된다.

신문 기자는 사실과 데이터를 조합해 뉴스를 생산하는 전문적인 뉴스 기사 기계학습으로 대체된다. 할리퀸 같은 연애 소설이나 판타지 같은 장르 소설은 유명 작가가 캐릭터와 메인 스토리를 작성하고 나면 소설 전문 기계학습이 이를 개인에 맞게 플롯과 스토리를 디테일하게 바꾸고 실시간 인터랙티브화할 것이다.

또 교육 수준이 낮고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감정 노동자가 전문적인 클라우드 기계학습에 의해 직업을 잃고 전지구적으로 생존 위기에 몰릴지도 모른다.

◇ 기계학습이 열어줄 새로운 기회=하지만 기계학습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도 부여할 수 있다. 인간이 그동안 몇 년을 일해도 개인이나 사회적으로 발전할 수 없던 단순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기계학습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유효한 개별 주식 뉴스에서 주가 파장을 예측하거나 곡물 투매를 예측해 투자에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보다 효율적인 시장을 기대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게임을 예로 들면 단순 앵무새처럼 대사를 읊어대는 상인 NPC(Non-Player Character)가 좀더 인간적이며 아이템 가격을 협상하고 에누리를 해줄 수도 있는 NPC 기계학습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복잡한 기계학습이 도달할 수 없는 감성과 직관을 갖고 있다. 기계학습은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의 녹턴 제5번 F#장조 작품 15번의 2를 연주자에 따라 누가 연주했고 어느 악보 버전으로 연주했으며 어떤 이의 연주가 세세하게는 틀렸더라도 전체적으론 감동을 주는 지까지 아는 건 불가능하다.

알고리즘 기반 기계학습은 문맥과 음악을 기계적으로 악보 그대로 연주했다는 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영역은 아직까지 불가능한 영역이다. 기계 학습은 없는 데이터에서 창조적인 뭔가를 만들어낼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아직 인간의 감성이라는 부분은 데이터로 추출하기 힘든 영역인 것이다.

샤또 마고 2000과 샤또 오브리옹 2004 중에서 어떤 와인이 더 맛있는지, 김태희와 신민아 중에서 누가 더 예쁜지는 감성과 개인의 취향이다. 통계적 우열이 있을 뿐 기계학습에선 절대 우위의 데이터를 추출하기 힘들다.

대신 호주산 와인 중 흔들어서 마시는 몰리듀커와 비슷하지만 저렴한 와인을 골라달라는 건 전문가와 개인의 시음 데이터가 있는 기계학습이 얼마든지 추천해줄 수 있을 것이다. 텔레토비의 귀여운 모습을 그리거나 영화 스타워즈에서 다스베이더의 대사나 성격, 모습은 그리는 건 인간의 감성과 상상력만이 가능한 분야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기계학습은 인간에게 어떤 판단에 있어서 쓸모없는 노이즈 데이터를 줄이고 빅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좋은 선택을 유도할 첫 번째 인공지능 클라우드가 될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김호광 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