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로 IT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며 핵심 부품인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모바일 AP는 기기의 운용체계(OS)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다른 부품이나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스마트기기의 사용이 늘어나고 성능이 높아지며 AP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모바일 AP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과 더불어 2011년 81억달러에서 지난해 180억달러까지 2년 만에 갑절 넘게 성장했다. 오는 2018년에는 300억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퀄컴의 뒤를 빠르게 쫓는 중화권 업체들
전체 시장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퀄컴의 독주 속에 하위 업체들은 그 뒤를 빠르게 쫓고 있다. 특히 자사 기기에만 제품을 공급하는 애플을 제외하면 중화권 모바일 AP 업체들이 퀄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다. 업체들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중심으로 한 중저가 스마트폰의 인기에 힘입어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해 기준 스마트폰 AP 시장의 약 53%를 차지하며 1위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S5와 LG G3 등 스마트폰 제조사의 플래그십 모델에 최신 모델 스냅드래곤 801을 탑재하며 올해 1분기 점유율도 절반 가까운 47.7%를 기록했다.
최근 모바일 AP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대만의 미디어텍이다. 중저가용 스마트폰에 주로 AP를 공급하는 업체로 중국 제조사들의 성장에 힘입어 애플을 제외하고 퀄컴의 뒤를 쫓는 가장 강력한 업체로 떠올랐다. 지난해 세계 시장의 약 10%를 점유했다. 올 1분기에는 전체의 12.1%를 차지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70%가량으로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은 이미 퀄컴을 앞지른 상태다.
시장 5위를 차지한 중국 스프레드트럼도 중국 내에서 사용되는 TD-SCDMA 모뎀을 통합한 AP로 성장세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출하량이 전체의 14.2%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애플은 지난해 시장 2위를 차지했다. 자체 개발한 모델을 자사 스마트기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하며 시장 점유율 약 1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약 8%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벨 등이 모바일 AP를 공급하고 있다. PC 중앙처리장치(CPU) 강자 인텔은 지난해 0.2%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차세대 모바일 AP 시장경쟁은
모바일 AP 시장 규모가 팽창하며 차기 제품을 놓고 벌이는 업체 간 기술 경쟁도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차세대 모바일 AP는 64비트, 저전력, QHD 등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롱텀에벌루션(LTE) 칩을 통합한 원칩 솔루션도 화두다.
애플이 아이폰5S 모바일 AP A7에 처음 적용한 64비트는 안드로이드 진영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64비트 OS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나 작업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에 적용하는 64비트 모바일 AP를 가장 먼저 출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기존 풀HD(1920×1080) 해상도보다 2배 선명한 QHD(2560×1440) 해상도 지원 여부도 모바일 AP 선택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제 막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을 시작한 단계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의 고성능화로 QHD 보급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 AP의 중요한 성능 중 하나인 전력 소모 역시 계속해서 차세대 제품 경쟁에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저전력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인텔은 전력 소모량을 줄인 모바일 AP 제품으로 시장 공략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동안 모바일 AP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새로운 ‘메리필드(아톰 Z3480)’ 제품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을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세계 이동통신사들의 LTE 기술 도입이 늘어나며 모바일 AP와 LTE 모뎀의 통합도 주목된다.
<최근 3년간 모바일 AP 점유율 (단위: %) <자료: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