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탈북 과학기술 인력의 경험과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원장 박영아)이 21일 발표한 ‘탈북 과학기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3%가 남한 정착 과정에서 과학기술계 직업을 구하려 했고 이중 절반이 북한에서 축적한 전문성을 활용하기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북한에서의 과학기술 전문성을 활용한 경험은 26%에 불과했다.
탈북 과학기술인들은 남한에서 과학기술계 직업을 구하는 과정에서 73.3%가 진입 장벽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원인으로는 △남북한 교육시스템 차이 △학력·경력·자격증을 인정받지 못함 △용어차이에 의한 장벽 △나이제한 △북한출신 선입견 등을 꼽았다.
응답자의 53.3%가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의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스테가노그라피 암호해독 프로그램 개발 △고품질 영한번역 프로그램 개발 △비선형 문제계산 및 해석체계(SIMANAS) 개발 △김치의 맛과 보관안정성 제고를 위한 첨가제 개발 △북한자원 빅데이터 아카이브 개발 등의 연구주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60%가 10년 이내 남한에서 동일계 직업을 못 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설문은 NK지식인연대에 소속된 북한이탈 과학기술인 중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들의 남한 체류기간은 평균 8년이며, 전문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 소유자로 북한에서의 직업은 대학교수, 과학원 연구사, 산업체 현장기사 등이다.
이승규 KISTEP 부연구위원은 “통일한국의 과학기술 잠재력 측면에서 아직 남북 과학기술통합 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북한 과학기술인력의 잠재력을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하나원 교육 과정부터 관련 인력을 평가·검증하고 재교육을 통해 남한 과학기술 분야 정착과 관련된 기회를 제공하는 등 관리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인력정책연구도 활성화해 북한 우수 과학기술 인력의 잠재력을 통일 한국 자양분으로 활용할 방안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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